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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지피지기(知彼知己)

by 大建 2016. 12. 14.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대림 제3 주간 수요일, 루까 7,18ㄴ-23)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자기 제자들 가운데에서 두 사람을 불러 주님께 보내며,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하고 여쭙게 하였다. 

무척이나 신중하고 사려깊은 자세였다. 왜 안 그렇겠나! 메시아의 선구자로서의 자신의 소명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던 그는 스스로 물러나야 할 때를 가늠하기 위하여 예수가 진정 메시아이신지를 확인하고자 한 것이었다. 


이사야서의 말씀들을 인용하시며 당신이 오시기로 약속된 메시아이심을 분명히 하시는 예수님의 대답을 들은 그는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짐을

내려놓았을 것이다. 비록 감옥에 갇혀 있고, 불의한 헤로데에 의해 목숨을 바치게 될 것이었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준비를 하였다.


여기까지 묵상하고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에 눈을 돌리게 되니 그야말로 답답한 마음만 가득하다.


능력도 없고 준비도 안된 패로 부정선거에 의해 이 나라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올라간 박근혜는, 스스로도 밝히기를 "시녀에 불과한 여자, 최순실"에게 맹목적으로 복종함으로써 인지부조화의 상태를 드러내 보이고, 아직까지도 자신의 무능력함과 죄로 말미암아 빚어진 이 나라, 이 사회의 어두움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거듭해 밝히고, 오히려 수구세력의 규합을 꾀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내가 이런 꼴 보려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 왔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는 한숨섞인 자조를 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메시아가 아님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고, 또 그것을 군중들에게 분명히 밝히고 자신이 선구자 노릇을 한 메시아가 오시자 그분의 시대 앞에 온전히 승복하고 무릎을 꿇었다.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마르 1,7).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자신과 상대방의 상황에 대하여 잘 알고 있으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세례자 요한은 자기 자신과 메시아이신 예수님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영광스럽게 물러날 때를 알았고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신앙인들로부터 공경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처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모르고, 자기가 섬겨야 할 주인인 국민의 뜻에 대해서도 중요하지 않게 여기기에 스스로 물러나야 할 때를 모르면 자신 뿐만 아니라 자기가 속한 사회에도 고통을 가져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각자는 과연 어느 쪽에 가까운지 깊이 묵상해보도록 하자. 그리고 주님의 종으로서 우리가 가야할 길을 충실하고도 겸손되이 걸어가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