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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속성 신앙

by 大建 2017. 7. 1.

연중 제12 주간 토요일(마테 8,5-17)


벌써 2017년도 절반이 지나갔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과 동시에 무엇인가 초조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듣자하니 요즈음 어떤 본당들에서는 경우에 따라 예비자들에게 속성으로 교리를 하고 세례성사를 주는 경우도 더러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러한 이야기를 전하는 신자들은 내심 불만도 더러 섞인 것 같다. 자신들은 오랜 기간 교리를 제대로 배우고 어렵게 영세를 받았는데 어떤 이들은 본당신부 잘 만난 덕에(?) 속성으로 천주교 신자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초조한 마음만 더해 가는 자신들과 달리, 늦게 하느님을 받아들이고도 기쁘게 살아가는 신참 신자들의 모습을 보면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싶다.


오늘 복음에서 한 로마군 백인대장이 예수님께 자기 하인이 중풍으로 누워 몹시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씀 드리며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내가 가서 고쳐 주마"하셨다. 이에 백인대장은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네가 믿은 대로 될 것이다” 하시며 백인대장의 종을 고쳐 주셨다. 참으로 믿음이 어떤 것인지를 이방인 군인이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유다인들에게는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세례를 먼저 받고 나중에 받고의 문제가 아니다. 오래된 신자, 새 신자를 말할 필요가 없다. 오직 주님을 바라보고 얼마나 의탁하느냐, 얼마나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가느가 관건이다. 세례를 받은 지 오래 되었다고 저절로 믿음이 생기는 것도 더 많은 은총을 체험하는 것도 아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새로 영세받은 신자가 훨씬 더 큰 믿음의 소유자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들을 시기 질투할 필요는 없다. “믿음은 세상을 충만케 하시는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을 뜻합니다”(까롤로 까레또). 매 순간 하느님을 향한 시선을 놓치지 않고 살 수 있기를 희망해야 한다. 확고한 믿음을 가진 사람은 자기가 구하는 바를 넘치게 받고 또 다른 것도 더 받을 것이지만, 믿음이 부족한 사람은 감히 청하지도 못하고 그럼으로써 얻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복음의 이야기들은 항상 우리가 그 안에서 교훈을 얻고 변화되기를 독촉한다.  신분과 종교의 여하에 관계없이 종을 위하여 주님께 다가서는 백인대장, 그리고 그를 또한 그의 청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시는 예수님으로부터 배우자. 구원이란 종교와 신분, 민족의 테두리를 넘어서서 얼마나 간절하고도 진실한 믿음을 지녔는가에 따라서 허락되는 것임을 명심하고, 항상 열린 자세로 모든 것을 가능케 하시는 하느님께 의탁하며 우리도 그런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