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나의 호텔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바로 버스에 올랐다.
라베르나의 성소는 산 위에 있서 도착하면 해질 무렵이고 더군다나 도중에 아레쪼에 잠간 머물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버스 안의 풍경은 점점 자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겨울의 짧은 낮시간 때문에 일찍 일어나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피곤하기 때문이다.
아레쪼는 성 프란치스꼬가 효과적으로 회복시킨 도시의 평화 이야기로 인하여 작은형제회의 역사 안에서 잘 알려진 곳이다(2첼라노 108 참조). 이 도시의 기록에 의하면, 1217년에 보스톨리(Bostoli)의 힘센 가문 때문에 큰 불화가 일어났을 때 프란치스고의 설교로 인해 화해가 이루어졌다. 또한, 초기 프란치스칸 사료들은 성 프란치스꼬가 라베르나가는 길에 이 곳에 들렀을 때에 행했던 여러 기적들을 전해준다.
우리는 이곳에서 도미니꼬회원 굴리엘모의 작품인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는 성 프란치스꼬 성당과 이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로마네스크 양식의 산타 마리아 델라 피에베 성당(12-13세기)을 들러 잠시 기도한 후 라베르나로 향하는 여정을 재촉하였다.
아레쪼에서 산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길이 나 있는 산중턱을 향해 달리다 보면 여러 산들이 이어져 있는 아뻬니노 산맥이 보인다. 그 중의 하나의 봉우리인 라베르나는 ‘프란치스칸 갈바리오’라 불린다. 여기서 프란치스코가 오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산은 오를란도 카타니 백작의 소유였는데, 프란치스코 성인에게 선물한 것이다. 최고 높이는 1283 미터이고 성지는 해발 1128 미터이다. 작은 계곡을 중심으로 깎아지른 듯한 바위들이 있다.
라베르나에 도착한 것은 벌써 해가 져서 깜깜해진 후였다. 숙소에서 내려온 트럭에 짐을 옮겨 싣고 각자의 간단한 짐만을 챙겨 걸어올라간 숙소에서 방을 정한 후 저녁 식사를 하고 간단히 둘러 본 다음 잠자리에 들 수 밖에 없었다.
라베르나 성지와 순례자 숙소는 낭떠러지 위에 세워져 있기에 밤에는 사방으로 출입문을 닫아 놓고 통제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프란치스꼬 성인이 오상을 받으신 바로 그곳에 만들어진 오상 경당에서 참으로 경건하게 미사를 봉헌하였다.
복음: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프란치스꼬는 다미아노십자가의 예수님으로부터 말씀을 듣고 회개하는 순간부터 십자가를 가슴에 새기고 살았으며 그 결과로 오상의 은총을 받았다. 우리도 이제부터 가슴에 구원의 십자가를 새기고 살자"는 요지의 강론.
미사가 끝난 후 아침 식사를 하였다.
유럽에서는 내일(6일) 주님 공현대축일을 지낸다. 아마도 대축일 전날의 행사로 하는 듯 싶은데 마녀 복장을 한 사람이 아침 식사 때 식탁을 돌아다니면서 땅콩 등을 나누어주며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것이 이채로웠다.
♠ 광장 : 이카센티노 계곡과 키우시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광장은 해시계 광장 또는 대성당 광장이라고 하는데, 성당의 한 쪽 벽에 해시계가 걸려 있다. 이 성지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의 하나인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성당은 우물 바로 곁에 위치하고 있고, 그 옆에 대성당이 있다. 성당 위쪽에 있는 작은 경당은 사부님께서 1214년에 오셔서 처음 머물렀던 장소이다.
대성당
광장의 십자가.
♠ 경당들 : 여기에는 여러 개의 경당이 있는데, 프란치스코가 1224년에 거처하였던 움막 위에 지어진 십자가 경당이 있고, 프란치스코가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고 기도하고 십자가의 상흔을 받았던 오상 경당이 있다. 이 외에 성 보나벤투라 경당, 성 안토니오 경당, 피에타 경당, 성 세바스티아노 경당이 자리하고 있다. 바깥쪽으로는 레오 형제의 독방과 산 위쪽으로 1332년에 시성된 복자 요한 경당이 있다.
15세기에 로비아의 안드레아가 제작한 세라믹 부조이다. 십자가를 둘러싸고 있는 울고있는 천사들, 해, 달 등의 모습이 이채롭다.
오상받으신 장소(2005년 촬영). "천상의 광채가 빛났고, 새로운 태양이 빛났으며, 바로 여기에, 세라핌 천사가 나타나 프란치스꼬에게, 마음과 말과 행동으로 십자가를 지고 가기를 청하면서 여기에서 그의 손과 발과 옆구리에 상흔을 박아주셨도다"라는 말이 써 있다.
성보나벤뚜라 경당의 그리스도상. 세라핌의 날개를 지니신 특이한 그리스도의 상이다.
보나벤뚜라 성인은 이곳에 머무르며 "하느님께 나아가는 영혼의 여정(Itinerarium mentis in Deum)"과 "삼중도(三重道, De tiriplici via)"를 저술하였다.
♠ 오상 회랑 : 오상 회랑의 벽화는 프란치스코의 생애를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은 1670년경 두 폭만 빼고 모두 망가져서 1928년에 다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오상 회랑 중간에 있는 문을 통과하면, 작은 동굴에 프란치스코의 침실이 있다. 쇠로 된 침대가 놓여 있고, 바위에는 물기가 있을 만큼 습기로 가득 차 있다.
바깥쪽에는 70미터 높이의 깎아지른 절벽이 있는데, 절벽 아래는 카센티노 계곡이 한 눈에 보이고, 절벽 한쪽에 프란치스코가 머물렀던 작은 동굴이 있다.
갈라진 바위 (Sasso spicco)
갈라진 바위 (Sasso spicco): 프란치스꼬 성인이 기도하고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한 곳이다.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져 있다: "이 바위 아래에서 한 천사가 프란치스꼬에게 다음과 같이 계시하였다: '이 암벽은 그리스도의 죽음 안에서 열려졌으며 , 그때 바위가 갈라졌다' ".
이곳을 순례한 프란치스칸들이 바위에 새겨놓은 수많은 십자가들
광장의 십자가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우리는 앞으로 가슴에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십자가를 새기고 살기로 다짐을 하였다.
모두가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이곳에 며칠 머물며 피정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짜여진 일정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은총의 장소 라베르나를 떠나 프란치스코 성인과 모든 프란치스칸들의 영원한 고향인 아씨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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