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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

by 大建 2008.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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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제3 주간 금요일(요한 6,52-59)

    형제자매 여러분, 생명의 빵으로서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에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에 갈수록 발바닥 신자들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됩니다. 발바닥 신자란 자기 신앙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겠지요. 그런데 사실 신앙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을 신자로 부를 수 있을까요? 발바닥 “신자”라는 말 자체가 어폐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명의 빵에 대한 말씀을 묵상해보면 예수님 자신이 그리스도인 생활에 있어서의 이 두 요소, 신앙과 실천에 연결고리를 세우고 계심을 알 수 있습니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53절).

     여기서 핵심이 되는 단어는 역시 “생명”입니다. 발바닥 신자들은 사실 “자기 나름대로의 신앙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들은 이렇게 합리화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믿고 복음도 믿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것은 미사 참례가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것입니다”라고...

   그러나 예수께서는 두 가지 다 원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13,34)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너희가 내 살을 먹지 않고 내 피를 마시지 않으면 나처럼 형제가 되게 하는 내 생명을 얻지 못한다”하고 경고를 바탕으로 하시는 것입니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말씀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진리는 원래가 초자연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적인 면으로만 볼려고 할 때,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게 됩니다. 우리는 성체 안에 감추어 계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영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지존하신 주님께서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시고자 성체 안에서 현존하십니다. 그리고 신앙의 신비로써 영원히 지속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살과 피”, 즉 생명은 항구히 그 믿는 자들의 영혼 안에 현존하시고, 함께 살아주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믿는 자는 그리스도를 닮아가고,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을 그분의 생명력으로 계속하게 됩니다.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꼬의 영적 권고의 한 부분을 들어봅시다. “그러니 ‘한다한 사람들이여, 언제까지나 굳은 마음을 가지렵니까?’(시편 4,3). 왜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하느님의 아들을 믿지 않습니까?(요한 9,35).. 보십시오! 그분은 어좌에서 동정녀의 태중으로 오신 때와 같이 매일 당신 자신을 낮추십니다. 매일 그분은 겸손한 모습으로 우리에게로 오십니다... 그리고 당신 자신을 실제로 육(肉)으로 거룩한 사도들에게 보여 주신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축성된 빵으로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보여 주십니다... 이와 같이 우리들도 육신의 눈으로 빵과 포도주를 볼 때, 그것이 참되고 살아 있는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몸과 피라는 것을 보도록 또 굳게 믿도록 합시다. ‘나는 세상 끝날 때까지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하고 당신 자신이 말씀하시는 대로 주님은 당신을 믿는 이들과 함께 이런 형상으로 항상 살아계십니다”(권고 1).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56)하고 그리스도께서 스스로 말씀하시지 않았다면 우리가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방법으로 성체성사는 이렇게 우리를 그리스도의 생명에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성 치프리아노가 하신 아주 아름다운 기도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우리 마음 깊은 곳에 머무르시는 분께서 또한 우리 목소리 안에도 머무르시기를...” 우리는 “그분께서 우리의 모든 행위 안에, 우리의 모든 사랑하는 방법 안에 머무르시기를” 덧붙여 청해야 합니다.

    한편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미사 때마다 예수님의 몸과 피를 나누면서 성만찬 전례를 거행합니다. 성만찬의 근본 의미는 고린토 전서(10,16-17)에 포괄적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우리가 감사를 드리면서 그 축복의 잔을 마시는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피를 나누어 마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 우리가 그 빵을 떼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을 나누어 먹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빵은 하나이고 우리 모두가 그 한 덩어리의 빵을 나누어 먹는 사람들이니 비록 우리가 여럿이지만 모두 한 몸인 것입니다.” 여기에서 성만찬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와의 친교요 그리스도인 서로간의 친교의 뜻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초대교회에서 이 성만찬을 “빵 나눔”(루가 24,35; 사도 2,42)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성만찬의 핵심은 바로 나눔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는 오늘 복음 말씀에는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겠다는 결의가 담겨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만찬에 참여하는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간의 일치를 위해 생명의 나눔, 사랑의 나눔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2007. 4. 27 광주평화방송 오늘의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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