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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너희도 떠나가겠느냐?

by 大建 2008.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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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3 주간 토요일(요한 6,60-69 )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에게 희망을 주시며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에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어제 강론 준비 차 이 책 저 책 들춰보다가 작은형제회 한국관구 60년사 라는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저희 작은형제회 한국관구는 광주대교구와 같이 올해 70주년을 맞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동안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
수많은 형제들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선배, 동기, 후배들...
나름대로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서 떠난 형제들도 있고,
수도회, 또는 교회의 어떤 모습에 실망하여 떠나간 형제들도 있습니다.
내가 얼굴을 기억하는 형제들의 모습이 하나 둘씩 떠오릅니다.

남의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제 과거 이야기를 고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젠가 수도회를 떠나려고 보따리를 싼 적이 있었습니다. 
공동체 생활의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신의 비참함이 점점 더 크게 떠올라 더 이상 견디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결과 나 자신의 삶의 역사 안에 점철되었던 치유되지 못한 상처들도 발견되었습니다.
근본적인 동기는 저 자신의 문제였지만, 형제들에 대한 원망도 사실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나 자신을 포함하여 인간에게 희망을 걸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였고,
"아니다" 라는 결론은 나를 밖으로 내어 몰고 있었습니다.
그 때 영적으로 다가온 한 형제의 도움은 그러한 나의 발걸음에 제동을 걸었고,
장상과의 몇 차례에 걸친 대화에서도 결론은 역시 "희망"의 문제였습니다.
아슬아슬한 순간에 하느님께서는 이미 완고해진 나의 마음을 돌려 주셨고,
당신 밖에는 "희망"이 있을 수 없음을 겸손히 인정하게 만드셨습니다.

내가 나 자신에게 희망을 둘 수 없고,
또 근본적인 희망을 형제 등, 다른 인간들에게 둘 수 없는 것입니다.
오로지, 자비하신 하느님 그분께만, 그분의 자비에만 우리는 희망을 걸어야 합니다.
하느님께 이러한 희망을 두지 않는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희망을 거는 것은 자기 기만인 것입니다.

그 때 그 아슬아슬한 순간에 저를 붙들어주신 하느님께 저는 지금 진정 감사드리며 살고 있습니다.
"여기"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인간이 "저기" 어디서 희망을 찾겠습니까?
결국은 신앙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하느님은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항상 나와 함께 하고 계신데 말입니다.
그러므로 그분을 믿는다는 것은 오직 그분께 유일한 희망이 있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너희도 떠나가겠느냐?" 하는 그리스도의 질문에 대한 베드로의 답변이
그럴 듯해 보입니다. 그러나 복음서 전체에서 살펴 볼 때,
베드로가 그리스도의 정체성에 대한 어떤 확신을 지니고 있었다고는 보여지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지니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 가겠습니까" 하는 대답은 어떤 확신의 표현이 아니라,
일종의 희망의 표현이라고 본다면, 아전인수 격의 해석일까요?
막연한 어떤 희망이었을 것입니다.
그 희망이 베드로의 발걸음을 붙잡았고,
하느님의 크신 사랑은 그로 하여금 교회의 반석이 되게 하셨습니다.
그분께 대한 희망이 교회에 대한 베드로의 봉사와 순교의 발걸음을 굳세게 하였습니다.
그분께 대한 희망이 형제자매들에게 빛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 사도는 결국 이렇게 말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우러러 모시고
여러분이 간직하고 있는 희망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라도 답변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십시오"(1베드 3,15).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희망을 지니도록 합시다.
오로지 하느님의 자비하심에만 희망을 두기로 합시다.
희망이 있는 한 우리는 회개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자,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 너희도 떠나가겠느냐?"



                                                                               2007. 4. 28  광주평화방송  오늘의 강론

                                                                                                 






                                                                                                                                      (88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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