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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단순한 마음 안에서의 육화

by 大建 2010. 3. 25.

사용자 삽입 이미지Fr. Angelico의 그림, "성모 영보"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이다.

하느님의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 동정녀의 몸으로 잉태하여 아기를
잉태하리라는 것을 예고함으로써 우리 구원이 시작되었음을 기리는 축일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기념하는 것은 단순한 예고만이 아니다.
사실상(de ipso facto), 육화가 시작되었음을 기념하고 감사드리는 것이다.

마리아는 갑작스런 천사의 방문을 받고 또 잉태의 예고를 받고
한동안 당황해 하고 또 주저거리는 모습도 잠깐 복음서에서 볼 수 있다.
왜 안 그렇겠는가?
그니도 평범한 한 인간이고 또 꽃다운 처녀였는데...
그러나 신앙의 여인이었던 마리아는 마음을 굳히고,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인다.
"이 몸은 당신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은 그 받은 사명을 이루어 나의 뜻을 성취하지 아니하고는
그냥 나에게로 돌아오지는 않는다"(이사 55,11).
즉 하느님의 말씀은 즉시 효과를 내는 것이니
마리아의 수용과 함께 육화가 그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언행일치라는 말이 있다.
하느님은 바로 "언행일치" 그 자체이신 분이시다.
하느님의 말씀이 인간의 "단순하고 깨끗함"(동정성) 안에 받아들여질 때
그것은 바로 구체적인 행위가 되고 구원의 사건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육화를 살아야(체현해야) 한다는 말은 이것을 뜻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는 한 평범한 시골 처녀의 단순한 마음 안에서 육화가 시작되었음을 기린다.

무턱대고 묵주 기도만을 하는 미신적인 성모 신심 보다는,
인류의 구원을 가능하게 한 마리아의 그 단순한 마음,
그리고 당신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인간 안에서 오늘도 육화하고 계신
하느님의 신비를 살아가기로 하자.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며 살지 않고는
우리의 신앙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다"(요한 1,14).
                                                                             (R0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