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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새 하늘 새 땅

518 민주화국립묘지

by 大建 2008. 5. 18.
518민주화 운동 28주년을 맞아 광주에 있는 518  민주화국립묘지에 다녀왔다.

사실 오늘 좀 복잡할 것 같아서 며칠 전에 홀로 다녀왔다.
518 국립묘지가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장성에 내려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어딘가 다녀오던 길에 잠시 들른 것을 빼고는 처음이다.
그 당시 작년 5.18에 꼭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지만 여의치 않아서
이제야 다시 찾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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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묘지의 정문인 "민주의문"을 들어서면
추념행사가 아닌 각종 행사를 위한 공간인 민주광장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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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광장에는 12지신상이 현대적 조형물로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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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광장을 가로질러가면 5월 영령들을 받드는 장중한 모습의 "추념문"이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참배광장이 있고 중앙에 518민주항쟁 추모탑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앞에 추모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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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탑 좌우에 세워진 518 민주 항쟁 조형물들.


추모단 앞에서 정의의 임금이신 하느님께서 영령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허락하시길 기도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이제 군부독재의 총칼에 맞서 장렬히 산화한 민주화 열사들의 안식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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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이었지만 순국하신 지인께 참배드리러 온 참배객들과  단채로 참배 온 학생들이 눈에 띈다.


묘소들 앞의 사진을 보며 둘러보던 중 눈에 확 띄는 사진 하나가 있었다.
너무도 앳되 보이는 소년이었다.
묘비 뒤의 비문을 보니
"15살 너의 죽음이 조국의 민주(화)를 위한 값진 것이었음을
우리 모두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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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소년이 왜...
15살 소년이 왜 죽어야만 했는가...
15살 소년이 왜 군인들의 무자비한 총칼에 희생되어야 했는가...
가슴 속으로 되뇌일 때 울분과 함께 한 줄기 눈물이 터져나온다.

요즈음 안단테라는 고등학생이 2mb를 탄핵하자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또 중고등학생들이 광우병 미국소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하는 것을 보고
정권의 하수인들은 "배후세력이 있다", "철없는 학생들의 경거망동이다" 등의 말로
애써 폄훼하려하지만
앳된 10대들에게서 오히려 투철한 정의감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니겠는가...
그들은 다만 대한민국의 괴물과 같은 교육체제에 눌려 제대로 그것을 표현하지 못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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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국립묘지 홈페이지에 있는 "민주화운동의 의의"

사실 나는 1980년 5.18 당시 군복을 입고 있었다.
공군 장교로 복무 중이었다.
당일 출근을 하니 "광주에서 계엄군이 폭도 진압 중"이라는 소식이 들어오고,
몇 시간 되지 않아 그 잔혹상이 여러 비공식 경로를 통해서 내 귀에 들려왔다.
그 때부터 내가 군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졌다.
그러나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광주에서 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죽어가면서
전두환의 정권 침탈에 항거하고 있었지만
나는 총칼이 두려워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당시 사태가 어느 정도 진압된 후 전두환을 필두로 하는 군부의 괴수들은
당시의 대한민국의 모든 군인들에게
"국난극복기장"이라는 희안한 이름의 장식품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지만
그것을 쓰레기통에 쳐넣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군복을 벗고 나면 언젠가 꼭 한 번 찾아와서
영령들에게 당시에 군인이었던 한 사람으로서 용서를 청하리라고 다짐하였지만
그렇게 26년이라는 세월이 무심히 흘렀던 것이다.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민주화 영령들에게 용서를 청하고 싶다.
당신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군인들을 용서하시라고...
전두환을 비롯한 정치군인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장병들은 당신의 형제들이었지만
마수(魔手)에 잡혀 있는 어쩔 수 없는 처지였음을 이해해 달라고...

아무튼 피로 얼룩진 518 민주화 항쟁의 정신이 이 땅에서 면면히 이어져 내려 왔기에
대한민국은 명목상 민주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형식적인 체제만 민주주의면 무엇하겠는가!
위정자들이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당리당략과 국민 1%의 개인적인 욕심에 따라서 정책을  펴나간다면
여전히 독재국가인 것이다!

이제는 피가 아닌 냉철한 이성으로, 총칼이 아닌 촛불로 민중의 뜻을 펴나가야 한다!
이 땅에 참으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그 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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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단 묘역에서 바라본 추모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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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시대 현실에 굴하지 않은 당신의 죽음은 이 땅에 자유와 민주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편히 잠드소서." 민주화 영령들이여!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죽음도 불사하였던 민주화 영령들이 오늘날의 현실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기를 청하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다시 민주의 문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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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의문과 민주광장 사이의 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