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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글라라 성녀 추도식

by 大建 2008. 8. 11.

+ 평화와 선


우리는 조금 전 글라라 성녀께서 755년전 당신을 창조해주신 분께로 돌아가시기 전에 남겨주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성녀께서 유언으로 남겨주신 말씀의 요지는 “주님께서 불러주신 길에 항구히 나아가도록 힘쓰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굳센 의지와 열정을 가지고 자신이 걸어간 길을 여러분 글라라 성녀의 제자들도 같은 의지와 열정을 가지고 걸으라는 초대의 말씀인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추도식을 하는 의미는 바로 이것입니다.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우리의 스승 글라라 성녀의 귀천 사건을 기념하는 것이 추도식이 아니라, 그분의 성덕을 기리며 그분의 유지를 받들어 우리의 삶에 새로운 전기로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추도식을 라틴말로 Transitus 라고 하는데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전이(轉移), 즉 옮겨감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이 예식의 의미는 성녀께서 지상생활에서 천상생활로 옮겨가신 것을 기념하는 동시에, 우리가 “세상의 헛된 삶”에서 복된 복음적 삶에로 옮겨가야 하는 소명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성녀께서는 유언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극히 복되신 우리 사부 프란치스꼬의 모범과 교훈으로 내가 회개하도록 지극히 높으신 하늘의 아버지께서 당신의 자비와 은총을 통해 황송하옵게도 나의 마음을 비추어 주셨습니다.  그런 다음 프란치스꼬께서 회개하시고 조금 지난 후, 사부님의 경탄할 만한 생활과 교훈을 통해 주님이 우리들에게 은총의 빛을 비추심에 따라, 내가 회개하고 조금 지난 후, 나는 주님이 나에게 주신 몇몇 자매들과 함께 자원하여 사부님께 순종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성녀깨서는 돌아가실 때가지 이 약속에 충실하셨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자리에서 우리의 스승이요 어머니이신 글라라 성녀의 모범을 따라 우리가 세례 때에 그리고 수도서약을 통하여 하느님 앞에 약속한 것을 죽을 때까지 충실히 지킬 것을 다짐해야 합니다.


성녀께서, 사부 프란치스꼬의 모범을 따라 자신에게 주어진 길, 복음적 삶의 길에 충실하실 수 있었던 것은 두 말할 나위없이 “우리 하느님이시오, 우리의 모든 것이 되시는 분”께 대한 체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없이 자비로고 한없이 감미로우신 하느님, 지극한 사랑으로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에 대한 확신없이 그러한 삶을 충실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저는 이 자리에서 먼저 여러분에게 어머니 글라라의 모범을 본받아 삶의 환희를 충만히 음미할 것을 권고해 드립니다.
지극히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해주셨기에 가능한 우리의 삶의 신비를 찬미하며 살아가십시오. 지극히 거룩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주어진 우리의 회개의 가능성에 대해 찬미하며 살아가십시오.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이신 성령께 마음을 연다면 우리도 환희 안에서 창조와 생명의 신비를 찬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여기서 시작되는 참된 삶, 영원한 삶인 것입니다.


이렇게 삼위이시며 일체이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살아갈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 자신을 비우고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클라라 성녀와 함께 마음이 열렬해져 “천상적 불에 불타 지상적 허영심을 결정적으로 떠날 것을 결심하였고 이제부터는 어떤 세속적인 매혹도 그의 마음을 잡을 수 없었다...... 그녀는 세속의 호화로움이나 장식품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싫증을 느껴 그리스도를 얻기 위해 세상의 매혹적인 모든 것을 쓰레기로 여기게”(전기 6) 될 것입니다. 이렇게 찬미드리는 삶 안에서 가난, 작음, 열정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 글라라가 프란치스코의 젖을 먹는 환시를 보았다는 것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영적이고 순수한 젖을 갈망하는 갓난아입니다. 갓난아이는 가장 영적이고 순수하게 젖을 갈망합니다. 동물들을 보면 태어나면 즉시 눈도 뜨지 않았는데도 젖을 찾아갑니다.
생명의지적인 젖에 대한 갈망이 모든 갓난이에게 있다는 표시입니다.
그러기에 젖을 물리는 어머니처럼 아름다운 것이 없고 젖을 먹는 갓난이처럼 순수한 것이 없습니다.
글라라는 이런 환시를 보고 자매들에게 얘기해 줄 정도로 영적이고 순수한 갈망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내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자신은 그러한 영적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음을 자매들에게 드러내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작음, 가난을 드러내는 데 부끄러울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자매 여러분, 글라라 성녀를 본받아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하느님,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생명을 찬미하며 살아가도록 합시다. 젖을 갈망하는 어린아이와 같이 작고 가난한 마음으로 하느님, 예수님, 성모님, 사부님, 사모님께서 우리에게 생명의 젖, 영적인 젖을 주시기를 열정적으로 갈구하며 살아갑시다.
“우리 사부 성 프란치스꼬께서 우리가 그리스도께로 회개하기 시작할 때부터 가르쳐 주신 것과 같이 자매들은 거룩한 단순성과 겸손과 가난의 길을 따르며 또한 값지고 거룩한 생활을 하도록 항상 노력하십시오. 이렇게 살아감으로써 자매들은 우리 공로로써가 아니라 온전히 자비의 아버지 자체이시고 선물을 베풀어주시는 그분의 자비와 은총으로써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나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언제나 좋은 명성의 향기를 풍기게 될 것입니다”(유언 17). 아멘.


2008 익산 추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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