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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4

그의 이름이 뭐지? 사순 제2 주간 목요일(루까 19,16-31) 오늘 복음 "부자와 라자로의 이야기"는 귀에 익은 복음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새로움을 던져 준다. "왜 부자의 이름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왜? 이름이란 구체적인 한 개별적 존재를 규정짓는 말이다. 흔히 인간은 이러한 개별적 존재로서 인격체라고들 한다. 그래서 상대방을 인격체로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은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수인번호로 부른다고 하지 않는가! 인격체가 지니는 가장 큰 특성 중의 하나는 "관계성"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홀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부자는 자기 배 채우기에만 급급하여 타인과 관계.. 2015. 3. 5.
에파타 연중 제5 주간 금요일(마르 7,31-37) 벌써 오래전의 일이 되어버렸지만, 처음 유학가서 두 세 달 정도는 정말 악몽과 같은 시간들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내가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고, 내가 더듬거리며 하는 말을 다른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고... 같이 사시던 수사님들이 인내심을 지니고 대해주기는 하셨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라 때로는 완전히 왕따 당하는 기분, 사람 취급을 못받는다는 기분으로 살게 되고, 정말 짐싸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때가 많았다. 정말 귀먹은 반벙어리가 이러한 것이구나 하는 것, 장애인의 서러움을 뼈저리게 체험한 시기였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고쳐주신다. 그것도, 다른 때와는 달리,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2012. 2. 10.
사오정 신앙 연중 제6주간 화요일(마르 8,14-21) 어느 날 사오정이 나무를 하러 산에 올라 갔다. 사오정이 나무를 베다가 그만 쇠도끼를 연못 속으로 빠뜨렸다. 잠시 후 산신령 도끼 세자루를 손에 쥐고 등장... " 이 금도끼가 네 도끼냐?" " 아닙니다. 산신령님" " 허어, 그럼 이 은도끼가 네 도끼냐?" " 아닙니다. 산신령님" " 으음, 그럼 이 쇠도끼가 네 도끼구나!" " (더더욱 흐느끼며)아닙니다. 산신령님, 흐흐흑..." " 아니 그럼 네 도끼가 어느 것이란 말이냐? 이 연못 속에는 이 세가지 밖에 없어!" " (울먹이며)산신령님! 제가 찾는 것은 제 딸 심청이 입니다." 사오정은 남의 말을 안듣거나 못알아듣거나 하는 사람의 대명사로 지칭되는 이름이다. 바꿔 말하면 소통이 불가하거나 어려운 사람을 일.. 2011. 2. 15.
혼인 잔치 연중 제20 주간 목요일(마테 22,1-14) 젊은 기혼의 자매들이 흔히 겪는 일들 중에 이런 것이 있을 수 있다. 기껏 정성을 다해서 저녁 식사를 맛나게 준비해 놓았더니 남편이라는 작자는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와 할 수 없이 혼자서 눈물밥을 먹으면서 "저런 웬수하고 같이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와 맛있는 요리를 준비한 아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남편은 분명 문제가 있는 인간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남편만의 문제일 경우는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평소에 의사 소통이 잘 되는 부부라면 남편은 일찌감치 전화를 걸어서 "자갸~ 나 오늘 늦을테니까 미안하지만 먼저 식사하고 기다려줘 잉~" 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전화도 없이 늦게 들어오는 남편과 그 아내는 부부로.. 2009.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