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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사오정 신앙

by 大建 2011. 2. 15.

연중 제6주간 화요일(마르 8,14-21)


어느 날 사오정이 나무를 하러 산에 올라 갔다.

    
사오정이 나무를 베다가 그만 쇠도끼를  연못 속으로 빠뜨렸다. 
잠시 후 산신령 도끼 세자루를 손에 쥐고 등장...
     
" 이 금도끼가 네 도끼냐?"
" 아닙니다. 산신령님"
" 허어, 그럼 이 은도끼가 네 도끼냐?"
" 아닙니다. 산신령님"
" 으음, 그럼 이 쇠도끼가 네 도끼구나!"
" (더더욱 흐느끼며)아닙니다. 산신령님, 흐흐흑..."
" 아니 그럼 네 도끼가 어느  것이란 말이냐? 이 연못 속에는  이 세가지 밖에 없어!"
     
" (울먹이며)산신령님! 제가 찾는 것은 제 딸 심청이 입니다."


사오정은 남의 말을 안듣거나 못알아듣거나 하는 사람의 대명사로 지칭되는 이름이다. 바꿔 말하면 소통이 불가하거나 어려운 사람을 일컫는 것이다.사람들 사이에서 의사가 "소통"되지 않으면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제자들은 영락없는 사오정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주님께서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위선과 사악함이 깃들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이르시는데 제자들은 "자기들에게 빵이 없다고 서로 수군거렸다"고 한다.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소통이 되지 않는 원인은 상황에 따라서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오늘 복음에 나타나는 원인은 관심사가 다르다는 데에 있다. 주님께서는 "인생"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제자들은 "끼니 때우기 - 생존"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우리 신앙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시라 고백하며 살아가는 것은 그분의 뜻, 그분의 가르침대로 우리의 삶을 바꿔가면서 참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함인데, 우리는 미사 참례하고, 기도하면서 돈 잘 벌게 되기를, 건강하게 되기를, 명예얻게 되기를, 승진하게 되기를 구하면서 인생의 지엽적인 문제에만 집착함으로써 참된 행복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신앙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은 인생의 지엽적인 것들의 획득 여부에 달려 있지 않기 때문에 행복을 구하면서도 실제로는 불행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신앙 생활이 맛이 날 수가 없다.


오히려
우리가 끊임없이 그분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들으려고 노력하고, 또 그것을 실천할 때 그분께서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맞게 안배해주시는 분임을 생각하며(그분은 필요할 때 우리에게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을 일으켜 주실 수 있는 분이시다), 우리의 것을 내려놓고 십자가를 지려고 하는 자세가 있을 때, 우리는 그분과 소통이 될 것이고, 그분과 올바른 관계 안에서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사오정 신앙인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제자들도 주님의 수난과 부활을 체험하고 나서야 그분과 진정한 소통을 하고 진정한 제자 노릇을 할 수 있었음을 상기하며, 우리도 그분닮은 모습으로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사는 신앙인, 내 뜻이 아닌 그분의 뜻을 구하는 신앙인으로 스스로를 바꿔가기로 하자.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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