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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7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연중 제2 주간 월요일(마르 2,18-22) 오늘 복음에 단식 이야기가 나오니 단식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우리 수도회의 수사님 중에는 몸에 감기 정도의 이상만 있어도 단식요법을 하는 분이 있다. 이러한 단식요법은 동물들은 몸에 이상이 있을 때 결코 음식을 입에 대지 않고 견뎌낸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이상이 생긴 몸을 비워냄으로써 몸을 새롭게 깨끗이 만든다는 자연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큰 정치적, 사회적 현안이 있을 때 소위 단식 투쟁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나 역시 6월 민중 항쟁 때, 그리고 세월호 사건 발생 2주년 때, 각각 3일 정도 단식을 한 경험이 있다. 이 경우에도 단식은 꼭 곡기를 끊고 죽기까지 싸운다기 보다는(물론, 자신의 주장이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2017. 1. 16.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연중 제13 주간 토요일(마테 9,14-17) 지난 6월 18일부터 전세계 16억의 회교도 형제들은 "라마단"을 지내고 있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물을 포함해 어떤 음식도 먹지 않고 신앙생활에 매진하는 기간이 라마단이다. 즉, 알라, 하느님과의 만남을 위해 수련, 절제, 극기하는 기간이다. 그리고 이 기간 중 절약된 돈으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자선에 사용한다고 한다.하지만 모든 회교도들이 이 기간을 열심히 지내지는 않는 것 같다. 매일 해가 지고 나면 폭식을 하는 사람도 있고 또 더러는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해지고 난 후에 고급 식당가를 찾는 식도락 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니 말이다. 물론 대다수는 그 뜻을 헤아리면서 열심히 지내겠지만...라마단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코.. 2015. 7. 4.
숨어 계신 아버지 연중 제11 주간 수요일(마테 6,1-6.16-18) 1. 얼마 전에 어떤 신자분으로부터 연말 정산에 필요한 영수증을 꼭 발행해주는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싶다는 제의가 수도원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 신자분에게 감사한 마음도 들었지만, 또한 조금 의아한 생각도 들었다. 한푼이라도 아끼고 되돌려받는 방법을 찾는 세속의 사정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꼭 그것이 조건이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일어난 것이다. 2. 그런가 하면 거액을 기부하면서 전혀 흔적조차 남기지도 않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매년 성탄 무렵이면 그런 사람들이 꼭 나타나는데, 작년 성탄 무렵에도 익명의 60대 신사가 거의 7000만원에 이르는 거액을 기부하고 사라졌다고 한다(http://news.kbs.co.kr/news/N.. 2014. 6. 18.
단식으로서의 삶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이사 58,1-9; 마테 9,14-15) 우리가 단식이라는 말을 하면, 흔히 "단식투쟁"이 떠오를 정도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시기에는 단식이 보편적인 투쟁 방법이었다. 그런데 요즈음 많은 사람들은 살을 빼기 위해서 단식을 하기도 하고, 또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단식을 하기도 한다. 그것도 많은 돈을 주고 말이다. 참 좋은 세상이라고 해야 할까나... 그러나 사순절이나 어떤 특별한 계기가 되어 진정으로 극기하는 마음으로 단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러한 단식은 그리스도를 생각하는 것일지언정,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과 달리 수덕가가 아니셨다. 복음서에는 예수께서 수덕생활을 실천하였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광야에서 수덕 생활을 .. 2014. 3. 7.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재의 수요일(마테 6,1-6.16-18) 1. 지난 11월 아버지의 장례 때에 화장장에서 재가 되어버린 유골을 유골함에 모시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한 인간의 수십년 인생이 저렇게 허무하게 재가 되어 버리는구나 하면서... 그리고는 부끄럽게도 그뿐이었다. 까마득하게 잊고 살아왔다. 2. 오늘 우리는 이마에 재를 바르며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는 말씀을 듣게 된다. 우리 인간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기억하고 살게끔 해주는 예식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사실을 기억하며 살지 못한다. 기억력이 나쁜 사람을 일컬어 "새대*리"라고 욕을 하는데, 우리 모두가 인간의 머리를 지녔음에도 왜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 앞에서는 새가 .. 2013. 2. 13.
숨어계시는 하느님 재의 수요일(마테 6,1-6. 16-18)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자선, 기도, 단식을 할 때에는 남 모르게 숨어서 하라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오늘 한 가지 드러내고 싶다. 오늘부터 담배를 끊었다! 금연과, 금주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에게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밝히는 것이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사순절만큼은 악습 중의 악습에 속하는 흡연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저를 위해서 기도해주시기 바란다. 그나저나 자선, 기도, 단식을 할 때에는 왜 남 모르게 숨어서 하라고 말씀하셨을까? 그것은 바로 하느님과, "숨어계시는 하느님(Deus Absconditus)"(18)과 관계를 맺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아니 계시는 곳 없이 계시는 분이시지만, 불완전한 우리 눈에는 "아.. 2012.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