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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 주간4

뻔뻔한 시대 사순 제3 주간 토요일(루까 18,9-14) "뻔뻔스럽다"라는 말이 있다. 사전에 의하면 "(사람이나 그 언행이)부끄러워할 만한 일에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염치없이 태연하다"는 뜻이다. 오늘날 우리 나라의 많은 사람들, 특히 정치인들이 이 단어에 아주 잘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윤리가 무너져 버린 사회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1997년 이후 신자유주의 체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자,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돈을 벌 줄 아는 누군가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여겼다. 착각이었다. 경제적 어려움, 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해서였는데, 대중들은 어리석음에 사로잡혔다. 이런 착각 속, 대중들은 이명박의 허점에도 억지로 눈을 감았다. 덕분에 이명박 체제는 이를 동력으로 삼았다. 뻔뻔함의 체.. 2014. 3. 29.
무너진 법의 정신 사순 제3 주간 수요일(마테 5,17-19) 400억원대 벌금·세금을 내지 않고 뉴질랜드로 출국한 뒤 현지 카지노에서 도박 게임등을 하다가 귀국한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이 자진 귀국해 ‘일당 5억원’짜리 노역을 시작했다고 한다. 노역은 경제적 사정으로 벌금을 못 내는 경우 교도소 등에 수감돼 벌금 납부 대신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허 전 회장의 ‘노역 일당’(노역장 유치 환산 금액) 5억원은 사상 최고 액수로, 허 전 회장은 49일만 일하면 벌금을 다 낸 것으로 간주된다. ‘봐주기 판결’ 논란이 이는 이유다. 더욱이 토요일과 일요일엔 노역이 집행되지 않아, 토요일 밤 노역장에 유치된 허 전 회장은 이틀간 일을 하지 않고도 10억원의 벌금을 ‘탕감’받게 됐다. 지역의 판검사들이 무시 못할 인맥이.. 2014. 3. 26.
인쉬알라 사순 제3 주간 목요일(루까 11,14-23) 터키에 가면 어디에서나 ‘나자르 본죽(Nazar boncuk)'이라고 불리는, 푸른 눈 모양을 한 유리를 볼 수 있다. 작년에 어느 드라마에서 황신혜가 귀걸이로 하고 나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모양이다. 강렬한 눈동자 모양의 이 나자르 본죽은 사람들을 불행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터키식의 부적이다. 나자르 본죽의 ‘나자르’는 ‘이블 아이(evil eye)’, 본죽은 ‘구슬’의 아랍어로 직역하자면 ‘이블 아이 구슬’쯤 된다. 이 ‘이블 아이(evil eye)'가 좀 색다른 개념인데 우리 말로 하자면 ‘악마의 눈’이지만 실제 악마의 눈을 뜻하는 게 아니라 ‘사악한 시선’, ‘저주스런 시선’을 말한다. 우리 말로는 이를 ‘흉안(凶眼)’이라고 한다. 특히 지중해와 이슬.. 2013. 3. 7.
멀리 바라보이는 하느님 나라 사순 제3 주간 금요일(마르 12,28ㄴ-34) 가끔 북녘에 고향을 두고 온 사람들이 북녘 땅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눈물을 짓는 모습이 TV에 나온다. 자기 일이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이산 가족의 피맺힌 한이 가슴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빤히 바라만 보면서 갈 수 없는 그 아픔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오늘 주님께서는 사랑의 계명에 대해서 잘 대답하는 율법학자에게 "너는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와 있다" 하고 말씀하신다. "가까이 와 있다"는 말은 "그 안에 있다"라는 말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마치도 이산가족들이 "가까이" 바라 보이는 고향 땅을 보며 눈물짓는 것이 실제로 그곳을 방문하거나 그곳에 사는 것과는 다르듯이 말이다. 율법학자는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하느님께.. 2008. 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