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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희망의 노래

by 大建 2011. 2. 2.

주님 봉헌 축일(루까 2,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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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끝날 즈음 고드름은 무척 슬퍼졌다.


곧 따뜻한 봄이 되면 녹아 버릴 테니까.
그런데 곁에 있는 눈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고만 있었다.
고드름은 이상하다는 듯이 "넌 녹아서 네 몸이 사라지는 것이 두렵지 않니?"
눈사람은 빙그레 웃으며 "난 녹아서 물이 되어 산과 들에 생기를 불어 넣고 꽃들을 잠에서 깨울테야.   
그리고 계속 노력해서 바다로 가려고 해, 바다는 우리의 고향이거든, 그것이 뭐가 두렵겠니?"

그 이후로도 겨울만 되면 고드름은 걱정으로 얼굴을 찌푸리고 지내서 몸이 야위었고,
눈사람은 희망으로 늘 웃고 지내는 덕택에 살진 모습이 되었다.


"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고 은총을 베푸시어 영원한 위로와 좋은 희망을 주십니다. "(2데쌀 2,16).


고드름과 눈사람은 똑 같은 상황인데도 서로 다른 생각으로 인해 기쁨과 슬픔이 갈렸다.
하느님께선 우리에게 어려움 속에서도 이겨낼 수 있도록 희망이라는 걸 주셨다.
희망이 있는 삶은 늘 기쁘고 아름다울 수 있지만 희망이 없는 삶은 어두운 밤길을 등불도 없이 걸어가는 것과 같다.


오늘 성전에서 아기 예수를 받아들인 노인 시메온도 여느 인간들 처럼 시련과 고통으로 가득 찬 인생을 살아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한 가지 희망이 있었다. 죽기 전에 "하느님의 구원"을 체험하리라는 희망.
이 단순한 희망이 그의 삶을 지탱하여 주었고, 더욱이 평화스러운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한 삶을 산 사람들은 "평안히 눈 감게 될"(루까 2,29) 것이다.


오늘은 축성생활의 날, 즉 수도자들의 날이다.
수도자들은 바로 이러한 희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희망이 있기에 자기의 의지, 재물, 욕정을 포기하고 살고 있으며,
또 그렇게 함으로써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사람들이다.

아무쪼록 모든 수도자들이 이 희망을 잃지 않고 생의 끝에 시메온과 더불어
"주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만민에게 베푸신 구원을 보았습니다.
그 구원은 이방인들에게는 주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고 주의 백성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됩니다" 하고
노래할 수 있게 되기를 자비하신 하느님께 겸손되이 청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