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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 저를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by 大建 2009. 5. 26.

부활 제7 주간 화요일(요한 17,1-11)


한 인간의 죽음은 그 주변의 사람들에게 슬픔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또 그의 진면목을 널리 드러내주기도 한다.
사실 한 인간이 살아 있을 때는 이러저러한 것에 가려져서 객관적인 공과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경우가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이후 그의 정적이었던 사람들조차(조*제같은 일부 인간 말종을 제외하고서는)

그가 이 나라 민주화와 민주주의의 발전과 개혁을 위해 기울인 노력과 그 영향을 인정하고 있다.
보수골통들의 그러한 애도와 치사가 악어의 눈물"[각주:1]"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그들 조차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무엇인가를 우리 역사 안에 남기고
노무현은 우리 곁을 떠나갔다.
그리고 그는 국민 대다수가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단순히 눈물만 흘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이 나라 정치가, 그리고 우리가 이제는 변화되어야 함을 깨닫게 해주고 떠났으며
그래서 그의 생전의 적지 않은 과오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훌륭한 정치인, 지도자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국민을 섬기는 지도자, 권위주의적 정치 행태와 지역주의적 정치 구도를 깨기 위해 노력한 대통령으로
다시 깊이 각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젊은 청년이 시청앞 분향소에서 "자기는 노짱을 찍지는 않았지만 문상 온 이유는 앞으로 한국 정치에 노짱만한 대통령이 다시 나올 것 같지 않다고... 계실 땐 몰랐는데 이리 허망하게 떠나고 나니 참 정치인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 말을 적지 않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에는 큰 영광을 얻지 못하였지만

노련한 승부사답게 죽음으로 던진 마지막 승부수는 이제 그 효과를 드러내어 큰 영광을 얻고 있다.


오늘 주님께서는 당신 죽음을 앞두시고 "아버지께서 저에게 하라고 맡기신 일을 완수하여, 저는 땅에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였습니다. 아버지, 세상이 생기기 전에 제가 아버지 앞에서 누리던 그 영광으로, 이제 다시 아버지 앞에서 저를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하고 기도하신다.


인간은 아무리 스스로 영광을 구하여도 진정한 영광을 얻지는 못한다.

권력자들조차도 주구(走狗)들, 즉 개들에게서 가식으로 치장된 영광만을 얻을 뿐이다.
참된 영광은 죽은 후에 하느님에 의해, 그리고 그 하느님의 뜻에 의해 드러나는 민심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다.


이 세상의 거짓된 영광을 구하며 살아가지 않도록 하자!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구하며 살아가기로 하자!
아니, 나의 죽음을 통해 하느님께서 영광을 드러내시기를 청하기로 하자

  1. 악어가 먹이를 씹으며 먹히는 동물의 죽음을 애도해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에서 전래된 것으로, 패배한 정적 앞에서 흘리는 위선적 눈물을 가리킬 때 쓰인다. - 위키백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