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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by 大建 2009. 5. 28.

부활 제7 주간 목요일(요한 17, 20-26)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분명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기에 과오도 많았고 필요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분명히 화합의 정치를 꿈꾸던 사람이었고, 그래서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서 무던히도

노력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 그가 큰틀의 화합의 정치를 하고자 하였음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를 설치해 역사 안에서 역대 정부가 저지른 그러나 묻혀지고만 사건들의 진상을 밝히고 그리하여 상처받고 아픔을 지니며 살아가는 국민들, 억울한 누명을 쓰고 대대로 이유없이 손가락질을 당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치유해주고 그들을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틀안에 품어주려 했다는 점에서 뛰어나다.
사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 안에서, 특히 전쟁과 독재시기를 거쳐 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살아왔는지는 그동안 "진화위"의 활동을 통해서 역력히 드러나지 않았는가!

"진화위"는 억지로 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을 왜곡시키고, 상처를 들쑤셔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진실 그 차체로서의 사실을 밝히고, 상처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정부의 과오에 대해 용서를 청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보상을 해주고 하면서 국민과 국민, 국민과 국가 간에 참된 화해를 이루고 진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설립된 기관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그러한 "진화위"의 인원과 예산을 축소함으로써 그 위상을 격하시키거나 무력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노예 상태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전권을 잡았으니 일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은 다시금 통합이 아닌 분열 상태가 심화됨으로써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자신들과 의견이 다르면 "빨갱이"로 몰아버리며 공동체에서 배제시키려는 정권에게서는 어떠한 희망도 찾을 수가 없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 하고 제자들을 위해 기도하신다. 아니, 제자들뿐만이 아니라, "제자들의 말을 듣고 저를 믿는 이들을 위해서도" 즉,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해서도 기도하시는 것이다.

그분은 우리의 하나됨을 위하여 당신을 희생하셨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까지 우리의 하나됨을 위하여 기도하시는 것이다.

하나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되기 위해서는 하느님 안에, 그리스도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어제 말씀에서 들었듯이 "진리이신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으로 거룩해지지" 않는다면, 다시 말하면 우리 각자의 죄와 부족함을 인정하고 사랑이신 하느님 안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면, 주님의 저 간절한 기도는 공염불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사순절마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돌아가셨다고 아파하는 교회 안에서도 소외와 분열의 말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아무개가 있는 한 성당에 나가지 않는다", "아무개와는 같이 소공동체 활동을 같이 할 수 없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이들도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를 통하여 양쪽을 한 몸 안에서 하느님과 화해시키시어, 그 적개심을 당신 안에서 없애셨습니다.  이렇게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 오시어, 멀리 있던 여러분에게도 평화를 선포하시고 가까이 있던 이들에게도 평화를 선포하셨습니다"(에페 2,16-17). 


진정 내가 하느님과 화해하지 않고는, 즉 진리이신 하느님 안에서 나의 죄를 뉘우치며 회개하지 않고는, 이웃들과 화해할 수 없으며, 우리가 하나된다는 것은 요원한 이야기이다.

진실을 들춰내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하느님 앞에서는 그 어떤 거짓도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우리 각자가 진리 안에서 거룩하여 질 때, 우리는 이웃들에게 용서를 청하는 손을 내밀고 진심으로 화해할 수 있으며, 그리스도의 기도처럼 하나될 수 있을 것이다.
진실을 드러내는 십자가를 피하고, 이웃과 화해하기를 거부할 때 우리의 신앙이라는 것은 바리사이파들의 그것처럼 허례허식이 되어버릴 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이제는 우리 사회가 진정 서로 화해하고 통합되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