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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살 맛"나게 하는 소금

by 大建 2015. 6. 9.

연중 제10 주간 화요일(5,13-16)


오늘 주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하신다.

1.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는 "sal(살)"이며, 영어의 salt, salad 등의 단어는 모두 여기에 어원을 가지고 있다.

2. 소금은 원래 부패 곧 썩는 것을 방지하는데 사용되어 온 물질이다.
주님께서는 우리 신앙인들이 이 세상에서 각기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며 살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따라서 신앙인이 있는 곳에서 모든 부패된 요소는 소멸되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2007년말 현재 한국의 인구가 약 4810만이고  천주교 신자가 약 487만이라고 볼 때, 인구 약 10명중에 하나가 신자이니 적어도 열 사람중에 하나는 소금인 셈이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바라볼 때 썩지 않은 구석이 없는 듯이 보이고 매일 접하는 뉴스는 "살 맛"나지 않게 하는 소식들뿐이니 이를 어쩌랴?


3.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간이 잘 맞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간이 적당하게 잘 맞는 음식은 참 맛이 좋다. 그런데 소금이 없어서 너무 싱거우면 아무리 좋은 재료를 썼다 하더라도 그 맛이 나질 않고 맛없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신자들과 함께 이탈리아 성지순례를 했다. 어느 음식점에서 나온 음식이 너무 짜서 모두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남겼던 일이 있다. 알고보니 이탈리아는 역사적으로 소금이 부족한 국가이기에 전통적으로 음식이 짜야지 잘 사는 집안인 것처럼 인식이 되어 보편적으로 음식이 조금 짜다고 한다.
이렇게 소금은 자기 자신만을 돋보이려 할 때는 그 맛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간을 찌푸리게 하지만 적당하게 녹아서 음식 맛을 내 주려고 할 때 그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다 .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이렇게 소금이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게 되면 오히려 사람들은 소금이 있다는 것도 깨닫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소금의 최선의 역할은 자신을 통해 다른 이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 그러니까 소금이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가장 충실히 이행한 것은 자신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다른 무엇인가를 돋보이게 할 때인 것이다.


4. 주님은 맛을 잃은 소금을 향하여 다음과 같이 심판하신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맛을 잃은 소금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반부패의 능력을 상실한 신앙인, 세상에 살 맛나게 해주지 못하는 신앙인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맛을 잃은 신앙인은 하느님께도 쓸모가 없고, 사람들에게도 따돌림을 받는다. 진실로 두려워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맛을 낼 수가 있을까? 마르 9,50에 보면 "너희는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라"고 하셨다. 화목하라는 말씀이다. 오늘도 사람마다 하나 되자고 외치고 있다. 이런 화목과 일치는 독재자일수록 더 외치는 말이다. 그런데 왜 하나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진실이 없으며, 사랑이 없으며 용서가 없기 때문에 하나 되지 못하는 것이다. 야합하는 것과 화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야합은 내 이익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화합은 내 이익을 포기하면서 이루려고 할 때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화를 이루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바로 자기 희생, 십자가인 것이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몸으로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시고 이 둘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허무셨습니다... 그렇게 하여 당신 안에서 두 인간을 하나의 새 인간으로 창조하시어 평화를 이룩하시고 십자가를 통하여 양쪽을 한 몸 안에서 하느님과 화해시키시었습니다"(에페 2,14-16)



5.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하고 말씀하신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 되어라”하고 말씀 하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를 소금으로 선포하고 계신다.

진정 나는 정말 세상의 소금으로서 나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나를 희생해서, 즉 나를 녹여서 다른 이들에게 "살(sal) 맛" 나게 하고, 그리스도를 드러내며 살고 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하겠다.
                                                                                                                                                     (57B)

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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