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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다윗의 자손?

by 大建 2015. 6. 5.

연중 제9 주간 금요일(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마르 12,35-37)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성전에서 가르치시며 "어찌하여 율법 학자들은 메시아가 다윗의 자손이라고 말하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어서 시편 110,1을 인용하시며 "다윗 스스로 메시아를 주님이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메시아가 다윗의 자손이 되느냐?"고 논증을 펴신다.


우리가 오늘 복음에서 먼저 알아들어야 할 것은 이 말씀으로 당신이 "다윗의 자손이 아님"을 드러내시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메시아는 다윗의 자손 그 이상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즉, 이스라엘 사람들은 "다윗의 자손"이라는 말을 통해서 메시아의 혈통을 암시하였지만, 예수님은 오늘의 복음에서의 논증을 통해 메시아는 다윗의 혈통을 넘어서는 분임을 드러내고 계신 것이다. 


역사 안에서 성왕(聖王)으로 불림을 받고, 하느님을 대신해서 다스렸던 강력한 통치자로써의 강한 이미지를 지녔던 다윗을 상기하며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연스레 식민 통치로 억압하는 로마로부터 자신들을 구해줄 그런 메시아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주님은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이 바라는 그러한 절대 군주, 무력으로 세상을 뒤집는 것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이 세상에 오시는 메시아=그리스도=구세주의 모습이 아님을 당신의 "말씀"을 통해 밝히시고 계신 것이다. 즉, 당시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그들이 지니고 있던 메시아상(像), 메시아관(觀)을 바꾸어야 함을 말씀하고 계시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잘못된 그리스도상, 왜곡된 신관(神觀)을 지니고 있는 신앙인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전능하신" 하느님, 전능하신 그리스도만을 생각하기에 자기들을 모든 시련에서 구해주시는 하느님(그리스도)로 생각하지만 그 기대가 깨어질 때 미련없이 신앙을 버리는 이들이 그들이다. 


하지만,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시듯이 다윗 보다 먼저 존재하였고, 그래서 다윗 스스로 "주님"이라고 불렀던  메시아(하느님)는 무력을 떨치고 일어나시고 우리을 모든 시련에서 구해주는 그런 분이 아니라. 울고 있는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리시고, 아파하는 이와 더불어 아파하시고, 더 나아가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위해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죽음을 받으신 그런 분이시다. 다시 말하면, 전능으로서가 아니라 자비로서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시는 "무력한" 분이신 것이다.


하지만 그분의 무력한 십자가가 세상을 구원하였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죽음조차 물리칠 수 있는 자비, 연민, 사랑의 힘이 오늘도 우리를 감싸고 있고, 그러한 사랑의 하느님께서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하심을 우리는 믿기에 우리는 세상이 주는 온갖 슬픔 중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고, 그리스도께서 몸소 그리 하셨던 것 처럼우리도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나약한 인간들을 부축하며 그들에게 희망을 전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께 대한, 잘못된 생각, 허황된 하느님 상(신관)을 바꾸어나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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