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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세상 창조 이전에

by 大建 2010. 9. 8.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마테 1,1-16.18-23.)

"모태에서 너를 빚기 전에 나는 너를 알았다. 태중에서 나오기 전에 내가 너를 성별하였다. 너는 내가 보내면 누구에게나 가야 하고 내가 명령하는 것이면 무엇이나 말해야 한다. 그들 앞에서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너를 구해 주리라."(예레 1,5-8)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우리에게 내리셨습니다.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 사랑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으시기로 미리 정하셨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그 좋으신 뜻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에페 1,3-5)
이 두 가지 말씀은 모두 오늘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을 지내면서 내게 떠오르는 성경 귀절들이다.

예언자 예레미야는 그의 탄생 이전부터 하느님께서 그를 성별하고 그에게 예언자의 사명을 맡기셨음을 이야기한다.

바오로 사도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하느님께서 "세상 창조 이전에" 우리를 선택하시고 성별하셨다는 것이다.

정말 황당한 말씀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어떠한 분이신가를 깊이 생각해본다면 과연 그렇구나 하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다. 하느님께서는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히 존재하시는 분, 즉 우리가 생기기 전부터 계시고, 우리의 죽음 이후에도 존재하실 분이시기 때문이며, 역사를 주관해 나아가시는 분, 철학적으로 말하면 제1동인(第一動因, causa prima)이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성모님의 탄생, 성모님께로부터의 예수님의 탄생, 그리고 나의 탄생, 보다 궁극적으로 구세사 전체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의 탄생, 그리고 우리의 소명이 "세상 창조 이전에" 이미 그분의 계획 안에서 이루어 진 것임을 깨닫는다면, 성모님의 탄생, 예수님의 탄생, 수많은 성인들의 탄생에 대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만 드리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나의 존재가 그분 안에서 가능했고, "하느님의 자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나의 소명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구세사 안에 안배된 것이라면, 영원 안에서 찰라를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을 보다 가치있게, 그분의 뜻에 따라 꾸려가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결론이 되는 것이 아닐까!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을 위하여 성모님의 탄생을 준비하신 분께서, 과연 구세사 안에서 무엇을 위하여 우리를 창조하셨는지는 우리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무한히 선하신 하느님의 구원 계획 안에 우리가 한 자리를 차지하도록 부름받고 파견된 것이 분명하니, 이제는 성모님처럼 온전히 우리 자신을 아버지 하느님께 내어드리며 겸손한 종의 자세로 살아가기로 하자.

                                                                                                                                         (N-1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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