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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여러분 가운데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신 분께서

by 大建 2014. 10. 31.

연중 제30 주간 금요일 짝수해(필립 1,1-11)
 
 
 필립비서의 시작인 1,1-11은 고대 편지 양식에서 항상 사용되던 인사를 약간 변형하여 사용하고 있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사람들을 모두 성도라고 부른다. 이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들, 즉 종말론적인 의미의 새로운 이스라엘 백성이다. 여기서 교회의 감독들과 봉사자들이라는 말이 사용되는데, 요즘 말로 바꾸면 주교(감독)와 부제(봉사자)에 해당하는 이 말은 이미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던 행정적인 감독직과 수행자 등의 의미이지만 훗날 교회의 사목직의 의미로 사용되게 된다.

  인사를 마친 후 바오로는 필립비의 성도들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느님께 대한 자신의 확신을 말한다. “여러분 가운데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신 분께서 그리스도 예수님의 날까지 그 일을 완성하시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1,6). 하느님께서는 필립비의 성도들이 복음을 전하는 데에 동참하도록 이끄셨다. 복음이 퍼져나가도록 하는 것은 바로 하느님이신데 그분 아닌 누가 그 일을 시작할 수 있으랴. 인간적인 원의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분의 인도하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또한 그 일을 마치는 것도 또한 그분께서 몸소 하실 일이다. 우리는 다만 그분에게 우리 자신을 도구로서 내어드리면 되는 것이다. 하느님의 일을 하면서 우리가 노심초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하느님의 일을 하는 주체가 그분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착각하는 어리석음의 결과인 것이다.
 

 비단 전교에서 뿐이랴! 하느님께서는 “모든 좋은 일”의 원천이시니 우리가 하는 모든 좋은 일은 그분께서 몸소 우리 안에서 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좋은 일을 하게 될 때 자랑할 것도 없고, 다른 이들이 좋은 일을 할 때 시기, 질투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다만 그분의 도구로 쓰일 뿐이니 그분게 찬미와 영광을 드리면 되는 것이다. 그분이 우리 안에서 시작하신 좋은 일을 언제 마치실지 걱정할 이유도 없다. “그리스도 예수님의 날” 즉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그분만이 아시는 날에 당신이 시작하신 일을 몸소 마치실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온전히 하느님께 자신을 내어드리는 사람은 마음에 평화를 간직하고 “사랑이 지식과 온갖 이해로 더욱더 풍부해져, 무엇이 옳은지 분별할 줄 알게 되어 순수하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오는 의로움의 열매를 가득히 맺어, 하느님께 영광과 찬양을 드릴 수 있게”(필립 1,9-11) 되는 것이다.

  이것이 그리스도교 영성의 원리이다. 나를 온전히 내어드림(kenosis), 이것이 바오로 사도께서 2장에서 읊는 “그리스도 찬가”에 나타나는 그리스도의 마음이며 우리는 그러한 마음을 본받도록 불리움을 받았다. 

 
“모든 좋은 일(善)”의 근원이신 하느님께 나를 내어드리자. 그리고 기쁨 가운데 살아가자.

                                                                                                       (4목3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