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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노기를 띠시고 그들을 둘러보셨다

by 大建 2012. 1. 18.
연중 제2 주간 수요일(마르 3,1-6)

어제에 이어 복음에서는 안식일 논쟁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예수께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시는지 고발하려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분은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하고 물으신다. 
사람들이 대꾸를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꾸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킨다는 것은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느님을 올바로 흠숭함을 뜻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당연히 안식일에는 더욱 더 생명을 위한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법의 취지를 생각하지 않고 법조문에만 매달리는 인간들, 법을 이용해 약자를 더욱 무력화시키는 자들에게 일침을 놓으시고, "노기를 띠시고 그들을 둘러보셨다"고 한다.

2MB  정권 치하에서 권력에 미운 털이 박혀 기소되었던 사건들에 대해 줄줄이 무죄가 이어졌다. 미네르바, PD수첩, 김상곤 교육감, 정연주 KBS 전 사장, 한명숙 전 총리 등등...
공정한 법 집행이었다고 하지만 누가 보아도 공권력이 아닌 아주 불공정한 공폭력의 행사였다. 
법의 잣대가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에 의해서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었다 하는 것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특히 자신들의 기득권 방어에 방해가 되거나 최소한 도움이 안되는 이들, 힘없는 이들에게만 엄격한 법 집행이 되는 것을 보아왔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들도 있지만, 억울하고 불공정하게 옥살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명박이 BBK의 실 소유주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 정봉주 전 의원은 허위 사실 유포로 감옥에 가 있지만, 정작 그 사실을 가장 먼저 폭로한 박근혜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위세를 떨치고 있다.

검찰은 자신들의 권력욕과 아집, 독선과 탐욕에 의한 무리한 수사와 재판으로 말미암아 오랜 기간 동안 고생끝에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에게나, 불공정한 잣대로 아직도 법적인 제재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나 단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 

한편 예전에 고문기술자였던 사람이 버젓이 목사가 되어 여기 저기 다니면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도 그렇게 하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늘어놓고 신앙 간증의 이름으로 안보 강연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오히려 그 고문으로 생애 내내 고통을 당하다가 죽은 김근태 씨 같은 분이 그 악마같은 고문기술자를 용서했다고 한다.

정말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을 일컬어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고 한다던가?

아무튼 오늘도 예수께서는 이러한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면수심의 주구(走狗: 개)들을 "노기를 띠시고" 바라보실 것이다.
그러한 예수님의 노기에 오히려 부끄러움을 모르는 바리사이와 같은 인간들이 그분을 죽음으로 몰고갔음을 생각하며,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자.

그리고 우리 각자의 내면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러한 자세, 나 자신이 만든 법으로 다른 이들을 옭아매는 그러한 자세가 없는지 잘 살펴 보고 우리 자신으로부터 세상의 변화를 이루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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