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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기준을 바꾸어야

by 大建 2012. 6. 14.

연중 제10 주간 목요일(마태 5,20-26)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네가 미사에 참례하려고 하다가,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미사 참례를 해라"하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문제는 화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가 용서하고 화해하기를 어려워 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착각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네까짓게 뭔데 내가 먼저 화해를 청해!" 하는 마음을 가진다. 그렇다면 "내까짓것"은 과연 무엇이고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가? "너같은 인간 상대 안하고 살면 그만이지" 하지만 "나 같은 인간"은 어떤 존재인 줄을 잘 모르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는 대개 스스로를 대단한 존재로 착각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내가 다른 인간을 완전히 무시해버릴 정도로 그렇게 대단한 존재인지 솔직히 반성해 보아야 한다.

나의 현실을 생각하지 못한 채 나의 이상이 마치도 나의 현실인 양 착각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을 내려다 보고, 따라서 작게 보게 된다. 그러나 저 높이 있다고 착각하는 그곳에서 바로 "내가" 내려올 때 세상과 이웃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다.

어느 임금이 모든 신하들을 불러놓고 퀴즈를 내었다.
"내가 여기 벽에 선을 그을 테니 절대 그 선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 선을 짧게 만들어보라!"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마침내 한 신하가 앞으로 나서서는 임금이 그어 놓은 선 밑으로 더 긴 선을 하나 그었다.
비로소 임금은 만족한 미소를 보내었다.


이 예화는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는 기준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나 자신이 아닌 하느님을 기준으로 삼고, 또 우리의 허상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거품을 빼어버린 우리의 실상을 기준으로 삼고 살아가게 될 때 우리는 겸손해 질 수 있고 이웃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오늘의 말씀은 형식적인 미사 참례만 할 것이 아니라 먼저 하느님과 화해하고(내가 하느님 노릇하며 나 자신을 기준삼아 살아왔음에 대해) 또 나 자신과 화해해야(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고 살아왔음에 대해) 한다는 말씀인 것이다. 이러한 삼박자 화해-하느님과, 나 자신과, 이웃과-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형식적인 경신례는 의미없다는 말씀인 것이다.

                                                                                                                            (26S3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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