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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대답은 잘 한다

by 大建 2012. 7. 25.

성 야고보 사도 축일(마테 20,20,28)

예비자들이 세례를 받기 전, 그리고 재속프란치스꼬회원들이 서약을 하기 전에 면담(찰고)의 시간을 거친다.
나는 이 때 대부분의 대상자에게 꼭 한번 묻는 것이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세례(혹은 서약)을 다음 기회로 연기하고 준비를 조금 더 충실히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개는 "세례받게만(서약하게만) 해준다면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는 대답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답을 하는 사람치고 배전의 열성으로 약속을 지키고 더 열심히 사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 인생에서 그토록 중요한 세례(혹은 서약)에 대한 준비를 불충실하게 해 온 사람이 세례를 받거나 서약을 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예비자 교리 기간 혹은 3회의 양성 기간 동안 세례나 서약의 중차대한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차근 차근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회개의 길로 나아가려고 잘 준비한 사람들이 자신의 결심을 지켜내고 복음(기쁜 소식) 안에서 하느님께 찬미드리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준비도 충실히 하지 않고 그저 건성으로 세례(혹은 서약)을 받게만 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대답은 잘 한다" 이다.
그러나 신앙 생활은 대답만 잘 하는 것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 이것은 예수님께서 야고보와 그의 형제 요한에게 질문하신 것이다. 그 이유는 그들의 어머니가 예수님께서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시게 될 때, 특별한 자리 곧 예수님의 오른편과 왼편에 앉을 수 있도록 요청하였기 때문에 던져진 질문이다. 야고보와 요한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곧바로 대답한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께서 마시게 될 잔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아직 갖추지는 못하였다. 예수님께서는 야고보와 요한이 스스로를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잘 알고 계셨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약함과 하느님의 은총의 힘과 권능을 알고 계셨기 때문에 그들에게 말씀하신다. “너희는 내 잔을 마실 것이다. 그러나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자신을 내어놓고, 다른 이들의 종이 되는 것을 뜻한다는 사실을 깨우쳐야 한다". "대답만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너희가 마시려는 잔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아버지께서 너희에게 합당한 자리를 마련하실 것이다."

실제로 야고보는 겟세마니에서 예수님께서 마시게 될 잔을 마주할 때 요한과 베드로와 함께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는 예수님께서 “아버지 가능하시다면 이 잔을 저에게서 치워주십시오. 하지만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마태 26,39)라고 기도하실 때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수난을 당하시고 십자가형에 처하시게 되는 당신의 잔을 마시게 될 때 야보고와 다른 제자들은 그분의 수난의 현장에서 도망쳐 버리지 않았는가!  그들은 한결같이 약속을 헌신짝 처럼 팽개쳐 버렸다... "베드로가 다시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과 함께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스승님을 모른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제자들도 모두 그렇게 말하였다.”(마태 26,35)

대답만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대답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주님께서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사실 요한이 너희에게 와서 의로운 길을 가르칠 때, 너희는 그를 믿지 않았지만 세리와 창녀들은 그를 믿었다. 너희는 그것을 보고도 생각을 바꾸지 않고 끝내 그를 믿지 않았다.”(마테 21,31-32) 하고 말씀하실 것이며 "대답은 잘 한다" 하고 덧붙이실 것이다.

                                                                                                                                                                                                 (2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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