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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by 大建 2012. 9. 19.

연중 제24 주간 수요일(루까 7,31-35)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자랑스럽게도 세계 1위인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공존하는 아름다운 생명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국내 자살자는 1만5,566명으로 집계됐다. 매일 42.6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가의 미래'라는 청소년 사망자 중 13%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자살은 사고 등 다른 원인을 제치고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다.

청소년과 더불어 노인 자살도 매우 큰 문제다. 2010년 자살자 1만5,556명 중 28.1%(4,378명)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이는 노인 자살률이 전체 자살률보다 낮아지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모양새다.

한편, OECD 34개국 중에서 한국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4.20으로 뒤에서 세 번째였다. 자살률과 행복지수가 어느 정도 반비례함을 알 수 있다.

우리 나라의 높은 자살률의 원인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간은 본디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다. 따라서 누군가 자기의 삶이 의미없다고 느껴질 때 그는 극단적인 탈출구를 택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자살인 것이다. 이것을 개인의 정신적인 나약함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윤리를 비롯하여 모든 가치관이 무너져내린 그러한 사회로 보여진다. "한국의 경우 최근 들어 선진국화와 동시에 기계문명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지만 정신적 적응이나 가치관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럴수록 사람은 더 외로워진다"는 전문가(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http://weekly.hankooki.com/lpage/coverstory/201209/wk20120912140339121180.htm).
보편적인 가치관이 무너져 내렸기에 "나"와 "너", 또는 "나"와 "너희"는 상관이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그래서 극단적인 고독감에 빠져 들게 되고 또 그것이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타인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풍조는 내 옆의 동료가 극단적인 길을 택하여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그리하여 "자살의 공감"이라는 있을 수 없는 파장을 불러오게 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우리 나라의 자살을 "무관심이 빚어내는 타살"이라고 까지 한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바로 이러한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웃과 공감(共感, sym + pathos)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려 하기 보다는, 이웃이 하는 일에 대하여 무관심이나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것에 대하여 질책하시는 말씀인 것이다. 바로 유다인들의 이러한 "무관심이나 부정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태도가 메시아를 십자가의 수난이라는 비극으로 몰고 간 것이 아니겠는가! (결과적으로는 하느님의 섭리가 그 안에서 드러났지만 말이다. )

우리가 메시아의 행적과 수난에 대하여 무관심하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때, 그것은 우리 이웃들, 특히 청소년이나 노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우리 곁을 떠나가는 것에 무관심할 수 밖에 없는 현상과 생명 경시 풍조로 이어진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하셨듯이, 우리도 우리 주변, 우리 이웃에에서 일어나는 일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그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에 공감하는 자세로 함께 하고자 할 때 새로운 그리스도의 수난과, 아까운 생명의 단절인 자살 현상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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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슬픔과 고뇌, 특히 현대의 가난한 사람과 고통에 신음하는 모든 사람들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도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인 것이다"(사목헌장 1항).

                                                                                                                                       (258W3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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