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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먼저 앉아서 계산해 보라

by 大建 2012. 11. 7.

연중 제31 주간 수요일(루까 14,25-33)


내일은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이 1년 동안 쌓아온 형설의 공을 공적으로 평가받는 수능시험이 치뤄지는 날이고,
그래서 오늘 이곳에는 수험생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다.

이 젊은이들은 지난 한해 동안 살아오면서 정말 자신 앞에 펼쳐지게 되는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많이 생각을 하고 고민도 하였을 것이다.

과연 어떻게, 무엇을 하고 사는 삶이 자신의 인생을 복되게 하는 것인지 고민과 갈등을 거듭하였을 것이고, 나름대로 정한 목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삶이 즐겁고 기쁘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의 소망이지만 현실의 삶은 그렇지 못하다.
때로는 삶의 무게가 우리를 짓누르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상처가 우리 영혼과 마음을 후벼파고 들어 견디기 힘든 아픔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우리가 인생 안에서 겪는 시련은 우리를 성숙케 하고,
또 많은 경우에 우리를 성공한 인생으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앞으로 지게 될 십자가의 크기와 무게와 의미를 가늠해 보고
그 결과를 위해서 기꺼이 그 십자가를 받아들이는 선택, 혹은 그 반대의 선택을 하게 된다.

영원한 생명에의 소명을 완수하신 이는 우리에게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 오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하고 이르신다.
다른 한편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고도 하신다.
간단히 줄이면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리지 않으면 당신 제자가 될 수 없다는 말씀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이 많이 범하는 오류는 여기에서 일어난다.
십자가를 지고 겟세마니에 오르는 길에 금은보화를 지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십자가를 지고 가면서 세상에서 명예와 권력을 구한다는 것은 지극히 모순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십자가도 지고 가면서, 적당히 재물도 한쪽 주머니에 챙겨넣으려고 한다.
사형도구인 십자가를 지고 가면서 세상 사람들로부터는 우러름을 받기를 원한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때,
지혜롭게 성찰하며 살아가지 않을 때 범하게 되는 어리석음이다.

"너희 가운데 누가 탑을 세우려고 하면, 공사를 마칠 만한 경비가 있는지 먼저 앉아서 계산해 보지 않느냐?"
 
당신 제자가 되는 길은 생각없이 살아도 되는 길이 아니라는 말씀이시다.
끊임없이 정직하고도 진지한 숙고가 필요한 길이요,
그러한 성숙한 자세로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씀이다.


아무쪼록, 내일 수능에 임하는 모든 수험생들이

1년 동안 각자 자신이 쌓아온 노력의 결과를 편안한 마음으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도와주시고,

또한 결과에 따라, 교만함으로써 다가오는 미래의 삶을 망치거나,

반대로 실망하거나 좌절함으로써  있을 수 있는 더 나은 미래를 포기하는 일없이

각자의 인생에 대하여 진지하게 숙고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여

궁극적으로 하느님 나라의 일꾼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기로 하자.

                                                                                                                      (28S0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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