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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by 大建 2015. 7. 4.

연중 제13 주간 토요일(마테 9,14-17)


지난 6월 18일부터 전세계 16억의 회교도 형제들은 "라마단"을 지내고 있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물을 포함해 어떤 음식도 먹지 않고 신앙생활에 매진하는 기간이 라마단이다. 즉, 알라, 하느님과의 만남을 위해 수련, 절제, 극기하는 기간이다. 그리고 이 기간 중 절약된 돈으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자선에 사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회교도들이 이 기간을 열심히 지내지는 않는 것 같다. 매일 해가 지고 나면 폭식을 하는 사람도 있고 또 더러는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해지고 난 후에 고급 식당가를 찾는 식도락 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니 말이다. 물론 대다수는 그 뜻을 헤아리면서 열심히 지내겠지만...

라마단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코란의 가르침을 받은 기간을 의미하지만, 단식의 풍습은 회교가 생겨나기 이전 유다교에서도 행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사야서 58장에 참된 단식에 대한 말씀이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유다교 안에서도 단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소수만이 하느님 앞에 회개하는 마음으로 절실하게 기도하며 극기하는 행위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수님의 시대에도 이는 마찬가지였으니, "바리사이와 세리의 기도" 이야기에서 바리사이는 "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루까 18,12)하고 기도한다. 이렇게 단식은  하느님과 이웃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행위가 되어 버렸기에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테 6,16-18) 하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세레자 요한의 제자들 역시 자기들의 스승이 광야에서 단식하며 살아갔던 의미를 올바로 깨닫지 못하고 단식을 "많이" 하는 것에만 집착하였기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단식을 하지 않는 사실만을 가지고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이 오늘 복음의 이야기다. 

이에 주님께서는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하시며 단식을 하고, 많이 하는 것보다는 그 의미를 생각해야 함을 깨우쳐 주신다. 결코 단식 자체를 평가절하하시는 것이 아니다!


당신께서 인간들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제자들과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단식을 하게 될 것임을 예언하시면서, 동시에 당신이 바로 하늘 나라 혼인 잔치의 주인인 신랑, 즉 메시아이심을 선언하고 계신 것이다. 따라서 이제 새로운 시대, 메시아의 시대가 도래하였으니 단식에도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어야 함을 말씀하신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상징들로 가득 차 있는 종교 안에서 그 상징들이 뜻하는 바,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신앙 행위를 습관적으로 반복하기만 한다면, 고등 종교를 미신으로 추락시켜버리는 미련하고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사실은 시대를 통틀어 도처에서 발견된다.


의미없이 습관적으로 하는 신앙생활은 이제 그만 하기로 하자. 그리스도의 말씀을 꾸준히 새기는 신앙 생활, 새긴 것을 실천해 나아가는 유의미한 신앙 생활을 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