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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고통의 어머니

by 大建 2015. 9. 15.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요한 19,25-27)


1. 언젠가 중국 장수촌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는데 100살이 넘으신 할머니가 80살이 넘은 아들에 관하여 걱정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이가 몇이건 어머니 앞에서 자녀들은 그저 어린아이일 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 마침 얼마 전에 어떤 수도자의 어머니와 상담을 하였는데, 역시 환갑을 맞은 수도자 자식을 위하여 걱정하시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보통 신자들은 수도자, 성직자의 어머니를 그저 영광된 이로 여기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 어머니들도 수도자, 성직자인 자녀들이 도중에 성소의 길을 포기하게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기도를 그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형극의 길을 걷는 것이고, 앞서 말한 장수촌의 할머니들과 다르지 않다.


3. 성모 칠고의 (묵주) 기도라는 것이 있다. 성모님 생애의 7가지 고통을 묵상하면서 드리는 기도이다. 그런데 나는 이 기도가 조금 의아스럽다. "성모님 생애에 7가지 고통 밖에 없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성직자, 수도자들의 머머니들이 부르심을 받는 순간, 그리고 사제품, 종신서원을 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끝까지 주님의 부르심에 충실히 응답하는 자녀들이 되게 해주십사고 기도하며 인고의 시간을 살아야 한다면, 메시아,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는 그보다 더 하지 않았을까?


4. 성모님은 아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근대는 가운데 아기가 태어났을 때부터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릴 것입니다.(루가2,34-35)”하는 예언의 말씀을 들었으며 과연 그 이후로 마리아의 삶은 어머니로서 또 여인으로서 하루도 평안할 날이 없었을 것이다. 예수님으로부터 모욕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씀을 들으시기도 하였고, 끝내 오늘 복음에서처럼 당신 아들의 사형의 순간에 함께 하며 피눈물을 흘리며 극한 고통 속에 아드님과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다.


5. 어머니의 이러한 지극한 사랑을 지켜보며 살아 온 예수님께서는 마지막으로 십자가의 고통 속에서도 마리아에게 당신의 제자를 부탁하신다.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 부탁의 말씀은 우리 교회를 성모님께 맡기시는 예수님의 말씀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 까지의 고통에 함께 동참하신 당신의 어머니께 교회를 맡기신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예수님의 고통을 함께 하신 성모 마리아를 기억하게 되었다. 


6.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고통, 그 희생을 기억하기로 하자. 그리고 성모님께서 그야 말로 초지일관으로 하느님의 섭리, 안배를 믿으며 당신 아드님 예수님의 삶에 함께 했듯이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신 그 길, 십자가의 길을 성모님과 함께 묵묵히 따라가기로 하자. 끝내 성모님을 당신 영광에 불러올리신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우리의 작은 정성도 받아주시고 같은 영광을 허락하시리라는 희망을 지니고 말이다. 


뱀발: 이 세상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부모들 같이 자식들의 이러저러한 문제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어머니들이 무척이나 많다. 그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그들과 연대하는 것이 성모님과 연대하는 것, 성모님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자.

                                                                                                                                                              (5H0S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