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by 大建 2016. 5. 28.

연중 제8 주간 토요일(마르 11,27-33)


어제 복음에서 성전 정화 사건을 "일으키신" 예수님께서는 성 밖으로 나가서 밤을 지내신 다음(11,19) 다음 날 다시 성전을 찾으셨다.

예수님께서 성전 뜰을 거닐고 계실 때,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이 와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또 누가 당신에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소?"

당시 종교 지도자들의 질문 요지는 "우리가 성전과 백성의 종교를 관리할 권한을 받은 사람들인데, 당신은 도대체 어디서 권한을 받아서 성전에서 난동을 부리는 것이요?"라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그들의 질문이 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차려야 한다.

왜냐하면, 성전을 포함하여 세상의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우리 인간이 절대적인 권력, 권한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 그 어느 것도 하느님의 피조물이 아닌 것이 없으며, 모든 것이 그분의 섭리에 따라 생겨나기도 하고 또 소멸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성전은 하느님께서 거하시는 곳이요, 하느님께서 예배와 기도 안에서 인간들과 만나시는 곳이다.  따라서 제 아무리 "수석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이라 할지라도 자신들만이 성전에서 절대적 권한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즉 기득권자라고 내세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권한이 있다면, 성전에서 모든 백성들이 착취와 소외없이 기도와 제사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뵈올 수 있도록 관리를 잘 해야 하는 의무와 권한이 있을 뿐인데, 오히려 그들은 장사꾼들에게서 착취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비리를 취하는 권리만을 챙겨왔던 것이고, 이제 예수님의 성전 정화로 말미암아 자신들의 기득권을 상실하였음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마치 오늘날, 독재자 애비의 명예 회복에만 혈안이 되어서 국민들을 잘 섬겨야 하는 의무는 안중에도 없이 역사를 왜곡시키며 온갖 권력을 장악하고 나라를 제 의중에서 좌지우지하려고 기를 쓰는 어떤 여자와 너무나도 닮은 모습이 아닌가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자신이 마치 여왕인 것 처럼 행세하는 그 여자 말이다.


어쨌거나, 이렇게 적반하장으로 대드는 이들에게 예수님께서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이냐, 아니면 사람에게서 온 것이냐? 대답해 보아라.”하시자 그들은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 불리한 대답을 하지 않으려고, "모르겠소."하고 대답하고 만다. 세례자 요한의 권위가 하늘에서부터 내려온 것이라고 대답하면, 그러면 왜 세례자 요한을 믿지 않았느냐고 추궁을 당할 것이고, 그의 권위가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대답하면, 세례자 요한을 하늘이 보낸 인물로 믿고 있던 군중들에게 엄청난 항의를 받을 것이 뻔하니까, 그들은 결국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할 뿐 의무는 생각하지 않는 수구 세력들의 진리를 감추는 가증스러움이 여기서 다시 드러난다. 그러나 진리를 은폐하려는 간교함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들을 하는지 말하지 않겠다"는 대답을 하심으로써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결국 실패하고 만다.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무책임하고 비겁한 답변을 우리는 오늘날 각종 청문회에서 기득권층으로부터 많이 들어 왔음을 생각하면 복음에 나오는 종교 지도자들과 어찌 그리 비슷한지 기가 막힐 뿐이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 하며 진실을 외면하고 순간만 모면하려는 간교한 이들에 의해서  한국 사회가 오늘날 이처럼 철저하게 망가져 가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이제부터 우리는 우주 만물을 다스리시는 "하느님의 권한"에 대해서 겸손되이 승복하고, 또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위임해주신 "국민의 주권"을 올바르고 확실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깨어 있는 자세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간교한 이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 나라를 빼앗으려고"(마테 11,12) 할 것이요, 우리가 누려야 할 자유와 정의의 민주주의도 다시 빼앗기게 될 것이다. 













'믿음 희망 사랑 > 강론,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화를 빕니다  (0) 2016.07.07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5) 2016.06.20
청맹과니 이야기  (0) 2016.05.26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0) 2016.05.03
사랑의 기쁨  (0) 201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