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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by 大建 2016. 6. 20.

연중 제12 주간 월요일(마테 7,1-5)


주님께서 오늘은 좀 과장을 하시는 것 같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들보는 두 기둥을 건너지르는 나무로 천정이나 지붕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상에 들보를 눈에 넣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남의 눈에 있는 티끌과 비교하면 들보와 같이 엄청나게 큰 것이 있는 데도 그것을 보지 못하는 것을 이렇게 이르시는 것이다. 


비슷하게, 희랍인들의 이야기 가운데 이런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사람은 두 개의 자루를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하나는 앞에 달고 다니고, 다른 하나는 뒤에다 메달고 다니는데 앞에 있는 자루에는 남의 허물을 집어넣고 뒤에 있는 자루에는 자신의 허물을 집어넣는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같이 앞의 자루는 가득한데 뒤에 있는 자루는 텅 비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앞에만 관심 있지 뒤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약점과 허물보다 상대방의 약점과 허물을 먼저 본다는 것이다. 


오늘 복음은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는 말씀으로 시작한다. 타인으로부터 비판받지 않으려거든 너도 남을 비판하지 말라는 말씀인 것이다. 

"타인을 비판하지 말라"는 것은 스스로를 하느님의 자리에 위치시키고 타인을 판단하지 말라는 뜻이다. 우리를 판단하실 분은 오직 하느님 한분뿐이시다.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사람은 자신은 의롭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바울로 사도는 이사야서를 인용하며 "의로운 이가 없다. 하나도 없다."(로마 3,10)라고 했다. 누구든지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겸손되이 들여다 볼 때 스스로를 의인척 할 수 없고 오히려 죄인임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씀이다. 


그러나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은 비판 자체를 하지 말라는 말씀이 아니다. 예수님은 5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은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는 것에도 관심이 있으셨다. 그러나 바른 태도를 가지고 하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다른 형제의 잘못에 대해 분별하고 이야기 해주는 것 자체를 금하신 것이 아니라 비판할 때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는 것처럼, 자신은 거룩한 사람인 것처럼, 자신은 그러한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인 것 처럼 하지 말라는 것이다.즉 비판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비판할 때 교만한 마음을 가지고 하지 말라는 말씀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하느님의 종은 죄 외에 어떤 일도 못마땅해 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누가 어떤 죄를 지을 경우라도 하느님의 종은 이 죄를 보고 사랑이 아닌 다른 이유로 흥분하거나 분개하면 그 죄를 판단할 하느님의 권한을 자기 것으로 하는 것입니다" 하고 말씀하신다. 그리고는  "나는 죄인 중에 가장 큰 죄인으로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어떤 악한 사람을 이만한 큰사랑으로 보살피셨다면, 아마 그는 나보다 열 배는 더 영적인 사람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2첼라노 86,123) 하고 말하고는 하였다. 이것이 바로 가난한 이의 자세다. 자신의 모든 좋은 것은 하느님의 은혜임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먼저 이렇게 스스로를 성찰하는 삶을 살아가며 항상 죄를 뉘우치고 아파하는 겸손한 사람, 가난한 사람이 될 때, 즉 내 눈에서 들보가 사라질 때, 우리 이웃은 그들의 눈에서 우리가 티끌을 빼내어 주려는 것을 거부하지 않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상처를 주려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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