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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나를 위하여 증언한다

by 大建 2017. 3. 30.

사순 제4 주간 목요일(요한 5,31-47)

 

우리는 다른 이들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 나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믿지 못할 때 흔히 권위있는 사람이나 책 등을 근거로 내세운다. 요즈음 같은 경우 어떤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할 떄 JTBC 방송에 나왔다고 하면 대개는 수긍을 한다(물론 박근혜같은 사람은 세상 모든 사람이 증거를 대면서 이야기해도 무조건 아니라고 우기기도 하지만 그러한 사람은 예외로 치면 된다). 이렇게 우리가 근거로 대는 것이 권위가 있으면 있을수록 사람들은 나의 말을 진실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에 대해서 증언을 하신다. 그것은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하기도 하고 그 권한을 문제 삼기도 하고, 그 증거를 요구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의 증언과 당신이 하시는 일을 성경 즉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 아니 그분 자신이 증언하는 바에 의해서 당신을 믿어야 하는 근거로서 제시한다. 당시로서는 가장 권위 있는 증거들을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믿지 않았다. 

 

많은 유다인들이 예수에 대한 하느님의 증언을 듣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하느님을 제대로 믿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오늘 복음에 나오는 표현처럼, “하느님의 말씀이 자기 안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 자들”이요, 곧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살지 않고 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 그렇게나 성경을 자주 읽고 연구하면서도 성경이 예수를 증언하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또 그들은 율법만 잘 지키면 구원과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철떡같이 믿었지만, 율법의 근본정신인 사랑은 망각하고 그저 무조건 글자 그대로 율법만 지키면 된다는 율법주의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구원과 생명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그 율법을 전해준 모세로부터 고소를 당할 것이다. 모세가 고소한다는 말은 심판 때에 모세가 유다인들을 변호해주기는커녕 그들의 죄를 증언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들이 율법의 근본정신을 제대로 알고 실천했더라면, 예수께서 하시는 일들을 분명히 알아보았을 것이고, 예수의 가르침을 알아들었을 것이고, 예수야말로 메시아,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믿었을 것이다.

 

한편, 자기 자신에 대해 변호하는 것이 구차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예수님께서는 당당하게 말씀하신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당신에게 완수하도록 맡기신 일들이 당신을 위하여 증언한다는 확신, 아버지께서 당신을 보내셨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확신이 있었기에 예수님은 두려움없이 일을 해나가셨고, 십자가의 죽음조차도 기꺼이 받아들이셨던 것이다.

 

이 땅에 한국 교회가 세워진 이래로, 박해를 거치면서 많은 신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교회는 성장했다.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알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하느님께서 선조들을 통해 당신 스스로를 증언하신 것이다.

 

우리도 우리의 선한 행실, 우리의 옳은(정의로운) 일을 통해서 하느님을 드러낼 때, 두려움이나 번민없이 기쁨을 지니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임마누엘,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하느님께서 우리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믿을 수 있게 하실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하느님의 증거자(Martyr)가 되는 것이고, 하느님은 우리의 일이 당신이 몸소 하시는 일임을 드러내실 것이다.

 

우리는 과연 율법주의적인 폐쇄적인 마음 때문에 세상과 역사 안에서 하느님께서 이루시는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그분을 믿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나를 위하여 증언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선한 일, 옳은 일을 실천하며 하느님을 세상에 드러내는 모범적인 신앙인으로 살아가는지 오늘 하루 깊이 반성해보기로 하자.

                                                                                                                                                                  (79S4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