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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아씨시의 성 프란치스꼬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꼬의 평화의 정신 5

by 大建 2008.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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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성 프란치스꼬의 말과 글에 나타난 평화
 

우리는 지금까지 프란치스꼬가 실제로 가는 곳 마다에서 평화를 전했으며 또 어떤 곳에서는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평화를 되찾게 하였음을 보았다. 그렇다면 과연 그가 그토록 열렬히 전하고 강조했던 평화는 무엇인가? 오늘날 흔히 생각되듯이 전쟁이 없는 상태나, 협상에 의한 갈등의 해소나, 무기의 감축 등을 의미하는가? 만일 그러한 것이 아니라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의 글을 살펴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의 글 전체에서는 “평화”라는 단어가 13 회 나타난다 권고 15,2; 레오 축복; 백성 지도자 편지 1; 2봉사자 편지 1; 2신자 편지 1; 레오 편지 1; 수난     성무일도 15,8; 1회칙 14,2; 17,15; 유언 23; 태양의 노래 11; 글라라 편지 5.. 그리고 “평화로운”이라는 형용사는 6 번 나온다 권고 13,1; 15,1.2; 1신자 편지 1,13; 2신자 편지 56; 2회칙 3,11.. 이는 “복음”이라는 단어가 26번 나타나고, 프란치스꼬가 그토록 강조하는 “가난”이라는 말이 16 회, 그리고 “순종” 14 회 그의 글에서 나타난다는 사실과 비교해 볼 때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1. 평화, 하느님의 선물
 
프란치스꼬는 지상 생활을 마감하고 결정적으로 하느님 아버지의 집으로 처소를 옮길 때 의미심장한 평화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남겼다.
“‘주님이 당신에게 평화 주시기를 빕니다’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인사를 주님이 나에게 계시해 주셨습니다”(유언 23).

“주님이 당신에게 평화 주시기를 빕니다”라는 인사는 구약성서적인 축복의 한 표현이다. 우리는 그 고전적인 형태를 민수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야훼께서 너희에게 복을 내리시며 보호하시길. 야훼께서 네게서 당신 모습을 빛내시고 네게 은총을 주시길. 야훼께서 네게 얼굴을 돌리시고 평화를 주시길”(민수 6,24-26).

프란치스꼬는 레오 형제에게 주신 축복에서, 평화란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빛내실 때 주시는 선물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귀절을 거의 문자 그대로 옮겨 적는다.
“주께서 형제에게 복을 내리시며 보호하소서. 주께서 당신의 얼굴을 형제에게 드러내 보이시고 자비를 베푸소서. 주께서 당신의 얼굴을 형제에게 돌리시어 평화를 주소서”(레오 축복 1-2).

프란치스꼬의 유언 전체는 이러한 하느님의 무상의 은총에 대한 깊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프란치스꼬는 그의 삶 전체가 하느님 사랑의 특별한 선물임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각주:1]. “주님이 나에게… 계시해 주셨습니다” 유언 14. 23.라는 표현은 이러한 선물이 주님께서 프란치스꼬에게 그가 걸어야 할 길을 비추는 특별한 신앙의 빛이었음을 밝히는 것이다. K. 에쎄르는 이렇게 말한다. “프란치스꼬에게 있어서 계시는 닫힌 개념이 아니었다. 그는 하느님께서 어디에서 그에게 말씀하시든 항상 하느님의 활동에 열려 있었다”[각주:2]. 삶의 어떠한 상황의 의미를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찾았을 때 프란치스꼬는 그러한 응답을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주시는 계시라고 생각했다. 유언 23절에는 바로 이렇게 자신이 하느님에 의해서 평화의 사도로 불리었다는 의식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
1221년과 1223년의 회칙들에서 평화를 구원의 선물로 여기는 동일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회칙들에서는 레오 형제에게 주신 축복에서처럼 민수기를 인용하시는 것이 아니라 루가 복음 10,5를 인용한다.
“그리고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먼저 ‘이 댁에 평화를 빕니다’하고 말할 것입니다”(1 회칙 14,2; 2 회칙 3,14).

이러한 인사의 내용은 유언에서 계시로 받았다고 밝히고 있는 인사, 평화의 선포를 통해 구체화되는 구원의 선물과 동일하다. 그러므로 이 인사는 단순히 예의를 갖추기 위한 인사가 아니라, 구원의 참된 선물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용문들을 통해서 프란치스꼬의 사상의 발전이 명백히 드러난다. 먼저, 1221년의 회칙에서 프란치스꼬는 사도들의 파견에 대한 성서귀절 몇 가지를 조심스럽게 인용할 뿐이었다. 그러나 2년후 제2 회칙에서는 평화의 인사 앞에 진정한 평화의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인 개인적 권고를 적고 있다.
“세상을 두루 다닐 때, 형제들은 말로써 논쟁을 벌이거나 다툼하거나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이와 반대로, 모든 사람들에게 예의바르고 정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온유하고 화목하며 겸양하고 양순하고 겸허해야 합니다”(2 회칙 3,10-11).

인준받은 회칙의 이 대목에서, 프란치스꼬의 복음적 태도와 당시의 이단적 운동들 특히 카타르파와 발도파가 일상적으로 취하던 태도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각주:3].
프란치스꼬는 두 회칙에서 “형제들이 세상을 두루 다닐 때” 1 회칙 14,1; 2 회칙 3,10. 평화의 전달자가 되겠다는 사도적 약속을 받아들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의 선포가 사람들에 의해서 구원의 선물로 받아들여지게 하기 위해서 몇 가지를 강조한다. “말로써 논쟁을 벌이거나 다툼하거나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이와 반대로, 모든 사람들에게 예의바르고 정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온유하고 화목하며[각주:4] 겸양하고 양순하고 겸손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평화의 사도에게 따라다녀야 할 가난의 정신을 강조하고 자신의 권고의 끝을 맺는다.
“그리고 부득이한 사정이나 병 때문이 아니면 말을 타서는 안됩니다”(2 회칙 3,12; 당시에 말을 타는 것은 부자들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다).

프란치스꼬는 형제들을 단순히 평화의 삶에로만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두루 다니며” 복음을 선포하는 도전적 삶에로 초대하고 있다. 말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행동에 있어서도 폭력에 대한 거부는 평화의 선물에 대한 선포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조건인 것이다.

“모든 신자들에게 보내신 편지”에서 프란치스꼬는 “참된 평화”의 선물이 그 근원을 하느님 안에 지니며 사랑의 선물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님을 강조한다.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 수도자들, 성직자들 및 평신도들과 온 세계에 살고 있는 모든 남녀들에게 여러분의 종이며 아랫 사람인 프란치스꼬 형제가 여러분에게 경의와 존경을 드리며 하늘의 참된 평화와 주 안에서 진실한 사랑을 기원합니다”(2 신자 편지 1).

인준받지 않은 회칙에서 우리는 “영혼의 참된 평화”(1 회칙 17,15)라는 이 인사와 동일한 표현을 발견할 수 있다. M.콘티가 세밀히 연구한 바에 의하면 제1 회칙 17장의 이 표현은 12절의 “내적으로”라는 말과 동의적(同意的) 병행어구이며 “사람들에게 겉으로 드러나는”이라는 말과는 반의적(反意的) 병행어구라고 한다[각주:5].
그러므로 우리는 프란치스꼬가 이러한 표현들로써 “세상의 지혜”(1고린 1,20)와 “육이 마음쓰는 바”(로마 8,6)를 따르는 이들의 육의 정신은 말을 하는 데에 많이 노력하고 애쓰지만, 실천에 옮기는 데 있어서는 노력을 적게 하고 “내적으로” 신앙과 성덕을 얻으려고 하기보다 사람들에게 겉으로 드러나는 그런 신앙과 성덕을 얻기 원하고 열망하며,  반대로 세상의 지혜를 멀리 하고 사는 이들의 주님의 정신은 육신이 괴로움을 당하고 멸시받기를 원하며 “겸손과 인내, 순수하고 단순하며 진정한 마음의 평화”[각주:6]를 얻도록 힘쓴다는 사실을 자기 형제들에게 상기시키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프란치스꼬에게 있어서 “참된 평화”는 하느님의 사랑의 충실성 안에 그 기원을 가지고 있는 선물이다. 사랑이라는 신덕(神德)과 밀접하게 일치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된 평화는 “사랑이신 하느님”(1 회칙 17,5; 1요한 4,16 참조)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며, 하느님의 모상인 이웃에 대한 사랑 안에서 제 모습을 드러낸다. 하느님의 사랑과 이웃에 대한 진지한 사랑의 이러한 밀접한 일치로부터 평화의 선물을 살아갈 수 있는 역동성이 솟아나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참된 평화”는 프란치스꼬의 일상의 생활에서 깊은 사회적 반향을 얻게 되었다. 당시에 나병환자들은 가장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평화의 복음”에로의 회개 이후에 그는 그 가장 가난한 이들 편에 섰을 뿐만 아니라 그들 사이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자신의 복음적 체험의 첫발을 내딛었다. 더우기 주님께서 첫 형제들이라는 선물을 주셨을 때 최초의 프란치스칸 공동체의 수련기는 가장 단순한 사람들과 삶을 나누면서 그리고 “문둥이 형제들”에 대한 봉사로 시작되었다[각주:7].
백성의 지도자들에게 보내신 편지와 레오 형제에게 보내신 편지에서 프란치스꼬는 “안녕과 평화를 빕니다”라는 간단한 표현을 사용한다[각주:8]. 그러나 이것 또한 예의상의 인사는 아니다. 여기서 “안녕”이라는 말은, 하늘로부터 오는 참된 평화의, “구원”의 깊은 의미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유언에서 보았듯이 프란치스꼬에게 있어서 인사하는 방법은 인간적인 예의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시에 의해 배운 것이다. 하늘로부터 오는 평화와 “지극히 고귀한 피로 우리를 구속하신 그분 안에서의”(형제회 편지 3) 구원은 프란치스꼬가 자기 편지의 독자들에게 전해주기를 열망하는 최고선이다[각주:9].
성인의 전기 작가 토마스 첼라노는 이러한 프란치스꼬가 전했던 평화의 의미를 정확하게 간파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그는 만나는 모든 남녀 행인들에게도 언제나 열심히 평화를 전하였다. 이러한 까닭으로 해서 평화를 싫어하고 또 구원도 싫어했던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협력으로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평화를 간직하게 되어 평화의 자녀가 되었고 영원한 구원을 갈구하는 이가 되었다”(1 생애 23).

따라서, 이러한 빠스카의 신비의 빛 안에서 프란치스꼬는 “평화의 왕자”이신 분께 가장 아름다운 찬가 중의 하나를 바친다.
“(아버지의 마음에 드시고) 겸손하시고 평화로우시고 달콤하시고 사랑할 만하시고 또한 무엇보다도 바랄 만한 그러한 형제와 그러한 아들을 모시는 것이 오, 얼마나 거룩하고 좋은 일인지! 이분이 우리 주 예 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당신의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셨습니다”(1 신자 편지 1,13).

또한 이러한 빠스카적 조망 안에서 프란치스꼬는 성체성사가 화해와 평화의 성사임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우리 주 그리스도의 지극히 거룩하신 몸과 피에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존경과 영예를 나타내도록 하십시오. 그분은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을 평화롭게 하시고, 전능하신 하느님과 화해시키셨습니다”(형제회 편지 13).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을 평화롭게 하시고 화해시키셨다”(골로 1,20 참조)는 바오로 사도의 표현으로써 프란치스꼬는 빠스카 신비의 거행에 심오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프란치스꼬에게 있어서 이 성사는 단순히 그리스도와 인간들 그리고 인간들 사이의 화해와 평화의 성사일 뿐만 아니라 또한 모든 피조물에게 열려 있는, 하나의 범우주적인 참된 화해의 성사였던 것이다.

프란치스꼬에게 있어서 “참된 평화”는,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의 선물, 인간의 형상을 취하고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 안에서 계시된 선물이었다. “하느님에게 차지된 프란치스꼬는  하느님을 차지하였으며 하느님은 그의 평화였다”[각주:10]. 그러므로 프란치스꼬에게 있어서 평화는 하느님 자신과 동일시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T.마뚜라는 이렇게 표현한다.
“하느님이 계시는 곳에 다다르고, 그분의 아들됨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평화를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로 지니는 독특한 체험을 신자들 안에 만들어 낸다… 하느님의 평화를 체험할 때 인간은 평화롭게 되고 또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이 된다”[각주:11].

  1. “주님이 나 프란치스꼬 형제에게 이렇게 회개 생활을 시작하도록 해 주셨습니다”(1절); “주님    친히 나를 그들에게 데리고 가셨습니다”(2절); “주님이 … 사제들에 대한 큰 신앙심을 주셨습니다   (6절)”; “주님이 몇몇 형제들을 나에게 주신 후 아무도 내가 해야 할 것을 나에게 보여 주지 않았   지만,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친히 거룩한 복음의 양식(樣式)에 따라 살아야 할 것을 나에게 계시하셨습니다”(14절) [본문으로]
  2. El Testamento de san Francisco de Asís, Ed. Franciscana Aránzazu(Oñate), 1981, 186 [본문으로]
  3. M. Carreira das Naves, 같은 책, 44 [본문으로]
  4. 원문은 “pacifici(평화로우며)” [본문으로]
  5. M. Conti, La pace vera dello spirito negli scritti di S. Fancesco, Estratto da: La pace speranza dell'uomo dono de Cristo, Ed. L.I.E.F.(Vicenza), 1986, 114 참조 [본문으로]
  6. 1 회칙 17,15; M. 콘티, 같은 글, 114-116 참조 [본문으로]
  7. H. Felder, 같은 책, 228 참조 [본문으로]
  8. 백성 지도자 편지 1; 레오 편지 1. 우리 말 번역에는  “salutem"을 “인사”라고 하였으나   보다 근본적 의미인 “건강, 안녕”이 옳은 번역일 것이다 [본문으로]
  9. N. van Kahn, Cristo en el pensamiento de Francisco de Asís según sus escritos, Ed. Franciscana Aránzazu, 1986, 161 [본문으로]
  10. D. Barsotti; M. Carreira, 같은 책, 49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11. T. Matura, La paz en los escritos de san Francisco, en: SF 39(1984), 366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