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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희망 사랑/강론, 묵상

단순한 마음

by 大建 2012. 12. 4.

대림 제1 주간 화요일(루까 10,21-24)


가끔 신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본당에서 신부님, 수녀님들이 사람을 편애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부유한 사람, 학식이 많은 사람만 가까이 한다는 이야기다.
많은 경우 오해일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능력 있는 사람, 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방법이 꼭 좋은 효과를 내지는 않는다. 성직자나 수도자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 자기를 드러낼 기회로 삼거나 자신의 지위, 재산, 학식 등을 내세우며 자신의 뜻대로 일을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오히려 공동체는 분열되고 하느님의 일이 아닌 어느 한 개인의 일이 되어 버린다.
성직자, 수도자가 아니더라도 평신도들에게서도 이렇게 외적인 조건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는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가장 쉬운 예로서, 각 본당내 각단체들이 서로 자기 단체에 끌어들일려고 하는 사람을 보면 대개는 외적인 조건이 좀 나아보이는 사람이다.
우리의 개인적인 삶 속에서도 이러한 면은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관계를 맺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면모를 살펴 보면 이러한 점을 부정하지 못한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초기에 아마도 율법학자, 바리사이파 사람들도 당신의 하느님 나라 건설 사업에 동참하도록 초대하셨다. 그러나 소위 당시의 지도층이었던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기준으로 예수를 배척하고 그분의 일을 반대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리스도께서 바치시는 기도가 오늘의 복음 말씀이다.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아버지, 지혜롭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어린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이것이 아버지께서 원하신 뜻이었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신비는 인간의 외적 조건을 통하여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단순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 없이여김을 당하는 사람들을 통하여 드러난다. 자기가 많이 지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느님 보다는 자신을 드러내려고 애를 쓴다. 하느님 나라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많음을 겸손되이 인정하는 사람은 하느님께 의지하며 살아가고 따라서 그 안에서 그분의 자비하심, 선하심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꿔보도록 하자. 사목 현장에서, 직장 일 안에서, 우리 마을의 일 안에서, 일의 효율성만을 고려하며 능력있는 자들 위주로, 그들만을 매개체로 하여 일을 진행시키기 보다는, 진행 속도가 다소 느리고 효율이 조금 떨어진다 할지라도 진정 하느님의 뜻을 구하며 서로 서로 서로 부족함을 고백하며 단순한 마음으로 그분 나라의 건설을 위하여 노력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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