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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7

인위(人爲)와 무위(無爲) 사순 제4 주간 금요일(요한 7,1-2. 10. 25-30)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조금 이상한 행보를 하신다. "유다인들이 당신을 죽이려고 하였으므로, 유다에서는 돌아다니기를 원하지 않으셨던 것이다"(1). "형제들이 축제를 지내러 올라가고 난 뒤에 예수님께서도 올라가셨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게 남몰래 올라가셨다"(10).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오신 분이 "남몰래 돌아다니셨다"는 것이다. 체포와 죽음이 두려우셨던 것일까? 복음서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그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무엇인가 기다리신 것 같다. 무엇을 기다리셨을까? 결정적인 때를 기다리신 것이다.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 그 "때"가 이르기 전에 섣부르게 행동하면 모든 것을-아버지의 뜻을- 그르칠 수가 있었다. 우리는 좋은 일.. 2015. 3. 20.
겨울: 죽음의 계절 낭만은 없다. 저 눈이 얼어붙었다가 다시 녹고 한참 후 따뜻한 체온으로 그 흔적이 없어지게 될 때까지는... 혹독한 겨울이다. 산 사람들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심장이 얼어붙은 사람들은 움직일 수가 없다. 그저 스러질 뿐이다. 살을 에는 추위에 짖이겨진 입으로 겨우 내어뱉는 소리가 아득히 퍼진다. 살고싶다고 울부짖는 소리가 눈속에서 조용히 녹아들어간다. 살얼음 밑으로 봄의 소리가 들릴 때까지... 2012. 12. 28.
대림절을 시작하며 다해 대림 제1 주일(루까 21,25-28. 34-36) ---------------------------------------- 대림절은 성탄절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기간이 아니라, 그 성탄절의 주인공, 즉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기간이다. 그런데 이 그리스도의 오심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먼저, 유다인들이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가 이 땅에 오시기를 수천년 동안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듯이 메시아 즉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벌써 이 천년 전에 탄생하셨는데 또 다른 그리스도를 기다린다는 것인가? 아니다.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우리 마음속에서 그리스도가 다시 태어나실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그런 뜻이다. 사실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내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 2012. 12. 2.
빨래 집게 걸려 있는 빨래 집게들을 보면서 "대림시기를 보내는 우리의 자세도 저래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주님께서 쓰실 때까지 저러한 상태로 기다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주변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형제들끼리 오순도순 모여서 부르심을 깨어 기다리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언제 그분이 오시든지 기쁘게 우리를 잡아주실 것이고 당신이 필요한 곳곳에 우리를 사용하실 것이다. 대림절을 맞아 살아가는 우리의 신앙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해보도록 하자! 2011. 12. 3.
상사화 2009 상사화 아직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오랜 세월 침묵속에서 나는 당신께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왔습니다 죽어서라도 꼭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 이해인 2011 2011. 8. 16.
대림절을 맞으며 대림시기를 맞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생명을 주시는 주님’에서 “나자렛의 동정녀 안에서 말씀이 사람이 되실 때 성령께서 그녀를 준비시키셨듯이, 교회 또한 자신의 준비를 성령 안에서 하고자 한다”(66항)고 희망했다. 교황은 성령을 통해 종말론적인 희망 즉 영원한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의 대상인 ‘구원’이 실현될 수 있길 기도한 것이다. 따라서 대림시기는 교황이 간절히 기도하고 희망한 것처럼 성령 안에서 아기 예수 탄생과 구원의 완성인 재림할 구세주를 기다리는 준비를 갖추는 것이 의미있을 듯 하다. 구세주 탄생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가 찾아야 할 성령은 어떤 분이신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성령을 ‘희망의 파수꾼’이라고 표현했다. 성령은 인간의 마음 속에 희망을 지켜주는 분이시며, 특히 .. 2009.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