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겸손25

강아지요 구더기인 나 연중 제5 주간 목요일(마르 7,24-30)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기 딸의 병을 고쳐달라는 이방인 여자에게 "먼저 자녀들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하시면서 이방인을 경멸하시는 듯한 말씀을 하신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떠한 사람도 차별없이 사랑하시는 그분께서 어쩌면 그처럼 모욕적인 말씀을 하실 수가 있는지... 무슨 다른 의도가 있지 않고서는 이렇게 말씀하실 리가 없다. 그렇다면 과연 무슨 의도였을까? 그 해답은 예수님의 말씀 안에서 찾아야 한다. 먼저, 그분께서는 두번씩이나 "자녀들"이라는 표현을 하셨다. 누구의 자녀들일까? 두 말할 나위없이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들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여기서 말씀하시는 "자녀들"은 단순.. 2018. 2. 8.
낙타의 겸손 대림 제1 주간 월요일(마테 8,5-11)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는 아침마다 묵묵히 주인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주인이 얹어주는 짐을 자신의 등에 짊어진다. 하루 일과가 끝나는 저녁 시간이 오면 낙타는 또 다시 주인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등에 있는 짐이 내려지길 조용히 기다린다. 언제나 주인 앞에 고분고분 무릎을 꿇는 낙타 모습에서 참된 겸손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다. 매 순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주인 앞에 말없이 무릎 꿇는 모습, 매일 자신의 의무를 기꺼이 행하는 모습, 주인이 매일 얹어주는 짐을 아무 불평 없이 지고 가는 모습에서 진정한 겸손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오늘 복음에서 로마인 백인대장은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하고 .. 2017. 12. 4.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연중 제12 주간 월요일(마테 7,1-5) 주님께서 오늘은 좀 과장을 하시는 것 같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들보는 두 기둥을 건너지르는 나무로 천정이나 지붕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상에 들보를 눈에 넣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남의 눈에 있는 티끌과 비교하면 들보와 같이 엄청나게 큰 것이 있는 데도 그것을 보지 못하는 것을 이렇게 이르시는 것이다. 비슷하게, 희랍인들의 이야기 가운데 이런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사람은 두 개의 자루를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하나는 앞에 달고 다니고, 다른 하나는 뒤에다 메달고 다니는데 앞에 있는 자루에는 남의 허물을 집어넣고 뒤에 있는 자루에는 자신의 허물을 집어넣는다고 한다. 그래서 .. 2016. 6. 20.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연중 제13 주간 화요일(마테 8,23-27)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세월호에서 희생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겪었을 고통스러운 장면이 오버랩되기에 정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살려 주세요!" 외칠 대상이 없기에 문자 메세지로만 보내야 하는 심정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묵상한 바를 나누고 싶다. 먼저 예수님께서는 풍랑이 이는 가운데서도 태연히 주무시고 계셨다고 한다. 제자들을 믿었기에 그러실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고기잡이로 뼈가 굵었고, 그래서 배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그들이 일가견이 있다고 여기셨기에 마음놓고 주무실 수 있으셨을 것이다. 그들이 배를 모는 데에 서툴다면 결코 누구도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를 모는 어부로 살아 온.. 2015. 6. 30.
좁은 문 연중 제12 주간 화요일(마테 7,6. 12-14)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베틀레헴 성지에 가면 우리 작은형제회에서 관리하는 성당이 있다. 그런데 이 성당에 들어가는 문은 폭도 몹시 좁아서 한 사람 씩 들어갈 수 밖에 없고, 높이도 낮아서 우리 동양인들도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정도이니 서양인들은 허리를 굽히고 들어가야 한다. 문이 그렇게 만들어진 연유는 다음과 같다. 이스라엘의 성지는 이미 주지하는 바와 같이 그리스도교와 회교도 간에 빼앗고 또 빼앗기는 쟁탈전이 치열했던 곳이다. 15세기경(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회교도가 베틀레헴의 성지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회교도의 수장(술탄)이 그 성당이 예수님이 탄생하신 장소에 세워진 성당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렇게 거룩한 예언자가 탄생하신 곳이라면, 누구든지 .. 2015. 6. 23.
교만과 허세 사순 제2 주간 화요일(마테 23,1-12) 요즈음 세속에서는 VIP에 강조하는 뜻으로 V를 더 붙여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매우 매우 중요한 사람’이란 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과연 이들 VVIP는 진정으로 그렇게 중요하고 그래서 더 존경받는 사람들일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사실 이들은 대중적 존경의 대상과는 거리가 멀고 오로지 재력을 이용해 허세를 부리는 부류이고, 그들의 허세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장사꾼들이 붙여주는 호칭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래서, 백화점 같은 곳에서 이렇게 VVIP로 분류되는 이들에게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옷값을 높게 불러도 그들은 허세 때문에 싸게 해달라고 흥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격을 흥정하는 자체가 자신들의 체면을 구기는 .. 2015.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