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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심9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연중 제14 주간 화요일(마테 9,32-38)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늘 하던대로" 예수님이 하시는 일에 시비를 건다. "마귀 들려 말못하는 사람 하나"를 고쳐주시자 그들은 “저 사람은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였다. 이상한 것은 예수님의 반응이다. 바리사이들의 시비에 항상 날카롭게 대꾸하시고 그들을 매섭게 질책하시지만 오늘은 답이 없으시다.그리고는 "예수님께서는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는 다음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복음사가 마테오는 예수님의 대답을 생략하고 거기에 다음의 이야기를 끼워넣음으로써 "바리사이들"과 "일꾼들"을 대비시키고 있는 듯하다. 먼저 바리사이들이란 주.. 2017. 7. 11.
두려움을 넘어서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연중 제22 주간 목요일, 루까 5,1-11) 나는 신앙 생활 초심자 시절에 하느님의 엄위하심과 거룩하심 등을 생각하면 과연 누가 그분 곁에 머물러 기쁘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멀리서 대할 수 밖에 없는 분이시기에 말이다. 그토록 하느님은 지존하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앙의 연륜이 깊어질수록 하느님은 그렇게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시지만은 아닌 분이심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를 향한 그분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우리에게 어떤 열정을 가지고 다가오시는지를 안다면 그 누구도 그분께 가까이 나아가려는 마음을 지니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복음에서 배드로는 낯선 분이 다가와서 어부인 자신에게 많은 고기를 잡게 해주시는 것을 보고 두.. 2015. 9. 3.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성 마티아 사도 축일(사도 1,15-17.20-26; 요한 15,9-17) 오늘은 배반자 유다를 대신해서 사도단의 일원이 된 마티아 사도를 기리는 날이다.그가 사도로 뽑히게 된 경위가 제1 독서에 잘 나와 있다. 사도들은 우선 "유스투스라는 별명을 지닌 요셉과 마티아 두 사람을" 후보로 세웠는데, 그 후보의 조건은 단 한 가지, 즉 , "요한이 세례를 주던 때부터 시작하여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날까지 자기들과 동행한 이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조건은 사실상 자기들, 즉 기존의 사도들이 기준이 아니라 "주님을 온전히 알고, 주님께서도 아시는 그런 사람"이어야 함을 말하고, 따라서 주님이 기준이 되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바로 이러한 이유로 사도들은 새 사도를 자신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 2015. 5. 14.
우리를 부르시는 하느님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루까 5,27-32) 사순절이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순절을 우울하고 힘든 시기쯤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재의 수요일에 말했듯이, 억지로 극기하는 시기가 사순절이 아니고, 따라서 또한 억지로 참회와 회개하는 시기가 사순절도 아니니 사순절을 그렇게 어두운 얼굴로만 바라볼 필요가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시만 사순절은 은총의 시기이다. 우리에게 은총을 주시는 하느님께 찬미드리며 마음껏 그 은총을 누리는 시기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하느님은 우리를 불러주시는 은총을 베풀어주신다. 세례 때에 우리를 불러주셨듯이 다시 한 번 우리가 당신의 초대에 응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불러주고 계신 것이다. 오늘 독서와 복음이 바로 그러한 가르침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제1.. 2015. 2. 21.
차별없으신 하느님 성 베르나르도 아빠스 학자 기념(연중 제20 주간 수요일, 마테 20,1-16) 나는 나이 20살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신앙인이 되었다. 그런데 초심자 시절에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해온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더불어 "내가 조금 더 일찍 하느님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고, 그래서 그러한 안타까움이 때로는 부모님이 신자가 아니었다는 것에 대한 원망으로 변질되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앙의 초보자다운 무척이나 어리석은 모습이었다는 생각에 그저 빙그레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사실, 일찍 세례받고 살아간다고 모두 다 거룩하게 사는 것은 아니다. 나보다 이른 나이에 세례를 받았지만 하느님 사랑이라는 보물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냉담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보다 늦.. 2014. 8. 20.
가서 열매를 맺어라 부활 제5 주간 금요일(요한 15,12-17) 1. 다른 모든 것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사진도 시기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특히 꽃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시기를 잘 맞추어서 가야지 꽃이 아름답게 활짝 피어난 것을 볼 수 있지, 그렇지 않고 너무 일찍 가면 잎사귀만 보고서 실망하고 오거나, 또는 너무 늦게 가서 열매 혹은 씨방만을 보고 오게 된다. 2. 이렇게 식물들은 대부분 싹을 티우고 자라나서, 꽃을 피우고 벌 나비의 도움을 받아 수분을 하여 열매를 맺게 된다. 그 열매로서 한 식물은 자신의 존재를 후대에 넘겨주게 된다. 그리고 한 식물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두 말할 나위없이 꽃이 피었을 때이다. 아름다움이 피어나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를 이어 갈 수 없다! 3.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 2014.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