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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나라38

혼인 잔치 연중 제20 주간 목요일(마테 22,1-14) 젊은 기혼의 자매들이 흔히 겪는 일들 중에 이런 것이 있을 수 있다. 기껏 정성을 다해서 저녁 식사를 맛나게 준비해 놓았더니 남편이라는 작자는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와 할 수 없이 혼자서 눈물밥을 먹으면서 "저런 웬수하고 같이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와 맛있는 요리를 준비한 아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남편은 분명 문제가 있는 인간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남편만의 문제일 경우는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평소에 의사 소통이 잘 되는 부부라면 남편은 일찌감치 전화를 걸어서 "자갸~ 나 오늘 늦을테니까 미안하지만 먼저 식사하고 기다려줘 잉~" 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전화도 없이 늦게 들어오는 남편과 그 아내는 부부로.. 2009. 8. 20.
과부의 헌금 연중 제9 주간 토요일(마르 12,38-44) 환자 봉성체를 다니다 보면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이신데, 또 대부분, 가난하신 분들이다. 자녀들이 그럭저럭 살만하거나 같이 살거나 하면 치료도 제대로 받고 또 성당에 모셔 오기 때문에 봉성체가 필요없는 경우가 많다. 즉 대부분 봉성체의 경우는 가난하고 자녀의 도움없이 살아가는 노인들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노인들이 대개는 봉성체가 끝나고 나올 무렵에 봉투 하나를 건네주신다. 송구스럽게 신부님이 와주셨으니 감사 헌금으로 받아두라는 것이다. 사양하면 막무가내로 미사 예물로 처리해 달라고 하신다. 한푼이 아쉬운 그분들의 사정을 알기에 덥썩 받아들이기가 난감한 경우가 참 많았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오늘의 복음 말씀(과부의 헌금)이었다. 이렇게 없는 이들이 .. 2009. 6. 6.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연중 제9 주간 목요일(마르 12,28ㄱㄷ-34)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한 율법학자와 "가장 큰 계명"에 대한 말씀을 주고받으시다가 끝에 그가 슬기롭게 대답하는 것을 보시고 그에게,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하고 이르셨다. 오늘날의 많은 그리스도인들과도 대화를 나누시고 같은 말씀으로 마무리하시지 않을까...? ^^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또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계명이라는 것을 모르는 신앙인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하시는 말씀은 결코 칭찬의 .. 2009. 6. 4.
작은 씨앗 하나... 연중 제3 주간 금요일 오래전에 본당에서 사목할 때, 우연히 XT 컴퓨터 한 대를 얻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XT 컴퓨터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 그 때야말로 컴맹이었기에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오락 뿐이었다. 때로는 몇 시간씩 오락을 즐기기도 하면서 점점 컴퓨터에 빠져 들어갔다. 어떤 청년이 가져다 준 오락 디스켓의 바이러스 때문에 하드 디스크를 포맷하게 된 일도 있었다. 그러면서 차츰 컴퓨터라는 괴물의 매력을 느끼게 되어 도스 명령어부터 하나씩 혼자 배워나갔다. 그렇게 시작한 컴퓨터 공부로 오늘날 블로그도 만들고, 컴퓨터에 관한 한 누구 앞에서도 어느 정도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오락만 하던 시절에 사이버 사목, 사이버 상담이라는 것은 개념조차 없었다. 그러나.. 2009. 1. 30.
하느님 나라의 땅 차지 대림 제1 주간 목요일 땅 주인이 자기 땅을 제대로 관리를 안하는 경우 그 땅을 주인없는 땅으로 알고 그 땅에 건물을 짓고 30년 이상 사용하거나 또는 나무를 심어 15년이 지나기까지 원래 주인이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자기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고 그 땅은 실제 사용자의 소유로 돌아가는데 이를 지상권이라고 한단다. 하느님 나라는 불모지와 같지 않을까...? ^^ 하느님께서는 누구든지 당신 나라를 차지하도록 개방하시고 누구든지 들어와 살도록 허락하신다. 지상 사회의 지상권 개념을 빌어 우리도 슬쩍 하느님 나라의 한 켠을 차지하기 위해서 애써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재난에도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건물을 지어서 들어가 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부당함을 아시.. 2008. 12. 4.
물방울 안의 세상 물방울 안에 집이 있다. 물방울 안에 내가 있다. 물방울 안에 세상이 있다. 온 세상, 큰 세상이 작은 신비 안에 담겨진다. "하늘 나라는 겨자씨에 비길 수 있다."(마테 13,31) 2008.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