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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나라38

신명나는 잔치판을 벌여보자 연중 제31 주간 화요일(루까 14,15-24) 1.벌써 오래 전에 서울 살 때의 일이다. 연극 초대권이 몇 장 들어와서 형제들과 같이 관람을 하러 갔다. 그런데 우리는 5000원 정도를 내고 입장권으로 바꿔야 들어갈 수 있다는 말에 저으기 황당하였다. 그러나 초대권에는 그러한 말이 아주 작은 글씨로 써 있었는데 우리가 미처 확인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우리는 돈을 내고 들어가는 것이 무슨 초대권이냐고 항의하고는 그냥 돌아왔다. 그런데 다른 형제들이 며칠 뒤 같은 표를 가지고 가서 돈을 내고 구경을 하고 왔는데 아주 재미 있었다고 하였다! 2. 어느 날 한 동창이 전화로 식사나 같이 하자며 초대하여 응하였다. 세례받은지 2년이 채 안되는 신입 교우이다. 동창 중에 신부가 있는 것이 자랑스러운지 가끔 이렇.. 2013. 11. 5.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연중 제25 주간 수요일(루까 9,1-6)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 옷도 지니지 마라" 하신다. 인간적으로 생각했을 때 준비해야될 것처럼 생각되는 많은 것들을 주님은 가져가지 말라고 하신다. 오늘날 사람들은 "돈이면 무엇이든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교회에서 하는 수많은 행사도 무조건 많은 돈을 들이는 것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전교 운동을 할 때에도 전교의 내용보다도 전해줄 선물에 더 신경을 쓰는 우스꽝 스러운 모습도 보게 된다. 우리 모두가 부지불식간에 황금만능주의에 빠져 살고 있는 것이다. 또 그런 이유로 해서 오늘 주님께서 해주시는 말씀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주님의 제자로.. 2013. 9. 25.
"프란치스코, 가서 나의 집을 고쳐라!" 이탈리아 성지순례를 다녀온 신자가 기념품으로 사다 준 상본이다.내가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에 의해 설립된 "작은형제회"라는 수도회 소속임을 생각하고 이렇게 멋진 상본을 사왔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래 지니고 있으려고 했는데, 사진 뒤에 붙인 도기에서 벌써 파편이 부스러져 나온다...-_- 한편 사진을 보며 두 갈래 다른 마음이 스쳐 지나간다.하나는 시대의 흐름은 역시 상인들이 먼저 간파해내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새 교황께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택했을 때 벌써 상인들의 머리에는 이 상본의 이데아가 각인되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생각은 이제 새롭게 나타난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도 아래 정말 우리가 주님의 영(靈)에 의해 스스로 변화되고, 세상과 교회를 변화시키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본에 적혀 있.. 2013. 9. 22.
열두 제자를 뽑으시고 연중 제23 주간 화요일(루까 6,12-19) 1.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산에 오르시어 밤을 새워 하느님께 기도하셨다고 한다. 왜? 그렇게 기도하신 이유는 당신께서 하실 일에 참여할 협조자들을 뽑으시기 위함이었다. 당신이 부려먹거나 이용할 일꾼들을 뽑으시기 위함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는 하느님 나라, 그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봉사자로서의 제자들을 뽑으시기 위함이었기에 그토록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던" 것이다. 이제 그 제자들은 단순한 일꾼이 아니라, 당신의 형제, 가족, 벗이 될 것이다. 그들은 주님께서 세우시는 새로운 공동체, 하느님 나라라는 잔칫상 공동체, 식탁 공동체의 기초요, 원형이다. 이렇게 주님께서는 먼저 사심없는 기도, 나를 위한 기도가 아닌, "하느님의 나라와.. 2013. 9. 10.
네가 바로 나의 보물이다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 사제 기념일(연중 제17 주간 수요일, 마테 13,44-46)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밭에 숨겨진 보물로서의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하고 계시는데, 그 말씀을 묵상하면서 성경이야말로 정말 무궁무진한 보물이 뭍혀 있는 보물밭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새삼 깨닫게 되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비유의 이야기들은 때로는 정말 알아듣기 힘든 내용이라, 여러 가지 방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바로 어제 복음 마테 13,37-38에서 “좋은 씨를 뿌리는 이는 사람의 아들이고, 밭은 세상이다. 그리고 좋은 씨는 하늘 나라의 자녀들이다”라고 하셨다. 스스로 말씀하셨듯이 주님은 여기서 밭갈이 농부이시다. 따라서 오늘 비유에서 해주시는 말씀은 바로 농부이신 당신이 밭을 갈다가.. 2013. 7. 31.
이 보잘것없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사람은 연중 제7 주간 토요일(마르 10,13-16) 요즈음 아이들은 무척이나 영악하다고 한다. 또 초등학생 때 벌써 사춘기를 겪는다고들 한다. 그런데 과연 "누가 이 어린아이들을 어른들처럼 '약삭빠른' 존재가 되게 하였고, 누가 이 어린이들을 그토록 조숙하게 만들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면 어른들 중 십중팔구는 대개 "이 시대" 탓을 한다. 그러나, 어른들이여, 보다 솔직해지자! 우리가 "이 시대" 탓을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부정직한 자세는 아닐까? 이 시대에 속해 살아가고 있는 내가 그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왜 인정하지 못하는가! 오늘날의 어른들은 자기 자식들이 나가서 누구에게 맞고 들어오기라도 하면 더 야단을 치면서 "다음부터는 지지 말고 이기고 돌아와라!"하고 다그친다.. 2013.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