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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36

소통하는 믿음 성녀 마르타 기념(요한 11,19-27) "여자가 한(恨)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지만, 여자가 그저 삐지기만 해도 무섭다는 것을 우리는 얼마 전 파란기와집에 사는 어떤 여자의 독기서린 말 한 마디에 병신같은 남정네들이 모두 찍소리 못하고 무릎을 조아리는 모습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마르타는 복음서에 나오는 이야기들로 미루어 보면 예수님께 삐져도 여러 번 삐졌을 만한 사람이다. 먼저 예수님께서 자기 집에 방문하셨을 때, 동생 마리아가 자기 일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예수님께 고자질하자 그분은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가 10,42) 하고 오히려 역성을 들지 않으셨던가. 또 오빠 라자로가 죽게 되었을 때, 예수님께 .. 2015. 7. 29.
예수님의 이름으로 부활 제6 주간 토요일(요한 16,23ㄴ-28)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하셨다. 그런데, 우리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한 것을 정말 하느님께서 다 들어주셨는가? 아니다. 이쯤되면 예수님의 말씀도 믿을 것이 못된다고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우리가 "예수님의 이름으로"라는 말의 뜻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데서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는 것은 예수님의 인격, 성자로서의 위격(位格) 안에서 기도한다는 것이며, 그분과 일치하여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기도한다는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 아들과 일치한 사람, 당신 아들의 마음으로 사는 사람의 기도(말)를 .. 2015. 5. 16.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 주님 공현 후 금요일(루까 5,12-16)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병환자들은 건강한 사람들로부터 경원시되던 사람들이었다."악성 피부병에 걸린 병자는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푼다. 그리고 콧수염을 가리고 ‘부정한 사람이오’, ‘부정한 사람이오.’ 하고 외친다. 병이 남아 있는 한 그는 부정하다. 그는 부정한 사람이므로, 진영 밖에 자리를 잡고 혼자 살아야 한다"(레위 13,45-46). 이스라엘에서도 이렇게 부정한 사람 취급을 받았기에 건강한 사람 곁에 다가가서는 안 되는 나병환자 한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왔다. 돌맞아 죽기를 불사한 것일까? 아마도 예수님은 자신을 내치시지 않으실 것이라는 것을 소문을 통해서 어렴풋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기껏 그분 곁에 와서는 차마 얼굴을 들고 바라보며 이야기 하지.. 2015. 1. 9.
밤을 새우며 기도하셨다 연중 제23 주간 화요일(루까 6,12-19) 1. 남들이 보기에 그럴 듯한 수도자연 하면서 살아왔지만, 사실 무엇 하나 주님을 제대로 따른 것이 없는 한심스러운 제자일 뿐이라는 것을 고백하여야 하겠다.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다시 태어나고 서원을 하여 수도자로서의 봉헌생활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봉헌이라고 하기 보다는 인도하심에 겨우 겨우 이끌려 온 삶이 아닌가 생각된다. 무릇 제자는 스승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르고 거기서 깨우침을 얻는 사람이거늘, 나는 그분의 행적을 제대로 따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아 오늘따라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2.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밤을 새며 기도해본 적이 .. 2014. 9. 9.
숨어 계신 아버지 연중 제11 주간 수요일(마테 6,1-6.16-18) 1. 얼마 전에 어떤 신자분으로부터 연말 정산에 필요한 영수증을 꼭 발행해주는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싶다는 제의가 수도원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 신자분에게 감사한 마음도 들었지만, 또한 조금 의아한 생각도 들었다. 한푼이라도 아끼고 되돌려받는 방법을 찾는 세속의 사정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꼭 그것이 조건이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일어난 것이다. 2. 그런가 하면 거액을 기부하면서 전혀 흔적조차 남기지도 않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매년 성탄 무렵이면 그런 사람들이 꼭 나타나는데, 작년 성탄 무렵에도 익명의 60대 신사가 거의 7000만원에 이르는 거액을 기부하고 사라졌다고 한다(http://news.kbs.co.kr/news/N.. 2014. 6. 18.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사순 제1 주간 목요일(마테 7,7-12) 구약성서의 토빗기에서는 토빗이 아들 토비야에게 유언을 하면서 “네가 싫어하는 일은 아무에게도 하지 마라”(4,15) 하고 말한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하고 말씀하신다. 공자의 "논어" 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제자인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스승님, 인간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을 한 마디로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공자는 망설임없이 "너의 마음을 상대방의 마음과 같게 하여라(其恕乎).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마라(己所不辱 勿施於人)." 라고 대답한다(논어,위령공23). 남의 마음을 헤아리기를 내 마음을 헤아리듯 해야 한다는 말이다... 2014. 3. 13.